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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 2주년데 ‘치고 받는 북-미’…北 눈치만 보는 정부

중앙일보 2020.06.12 17:57
2018년 6월 1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었다. [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었다. [연합뉴스]

 
남ㆍ북ㆍ미 관계에 획기적 전환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2년째를 맞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경색 국면은 풀릴 기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냉랭한 분위기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사이에 낀 한국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라 우려도 덧붙는다.    
 

"냉랭한 북ㆍ미 관계, 11월 미 대선까지 이어질 듯"

 
정상회담 2주년인 12일, 이선권 북한 외무상이 먼저 나섰다. 그는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담화를 발표했다. 이 외무상은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朝美ㆍ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 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초 외무상에 취임한 이후 낸 첫 담화다.   
2018년 10월 15일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 이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공동보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 북한 외무상은 올 초 취임했다.[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10월 15일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 이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공동보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 북한 외무상은 올 초 취임했다.[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은 따로 담화문을 내지 않았다. 미국의소리방송(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논평 요청에 “북한과의 의미 있는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모든 사항에 대해 균형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이 뭐라 하든 원론적인 언급만 한 것이다. 
 
이렇듯 냉랭한 분위기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오늘 나름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국면에서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존재감을 보여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북한 문제 자체가 큰 변수는 아니나 (자신의 재선에)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 지금 상황을 끌고 가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이어 “앞으로 북한은 한국을 향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여진다"며 "한국이 (북미 관계에서) 역할을 할 유일한 행위자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선까지는 대외정책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선거 악재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고, 북한도 이를 노리고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북한의 종교 박해 상황을 담은 ‘2019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를 10일 발표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종교활동에 대한 북한 정부의 처형ㆍ고문ㆍ구타ㆍ체포 등 가혹 행위를 지적하며 “미국 정부는 북ㆍ미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주민 인권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북ㆍ미 정상회담 2주년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이같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국은 앞선 9일 남북 연락망 차단에 대해 “북한에 실망”이라며 노골적인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탈북단체 때리고, 탈북민 정착지원금 삭감…北 눈치 보는 韓

 
문제는 우리다. 전문가들은 미·중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이 한국을 비난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건 미국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북한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고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2월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생일에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북한돈과 함께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 [중앙일보]

지난 2009년 2월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생일에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북한돈과 함께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 [중앙일보]

 
통일부는 지난 11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2곳을 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도 취소하기로 한 데 이어 3차 추경 과정에서 탈북민 정착지원금 예산 10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는 기존 예산 393억 2100만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탈북민 입국자가 전년 대비 40%가량 줄었다는 이유지만, 중단된 남북회담 예산은 6.4%(13억원)만 삭감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말을 들어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 대외적으로 한국은 북한의 밑에 있다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고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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