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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무실 2.5㎞ 심장부 뚫린 베이징...확진자 3명으로 늘어

중앙일보 2020.06.12 17:09
57일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베이징시 시청취(서성구) 아파트. 박성훈 특파원

57일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베이징시 시청취(서성구) 아파트. 박성훈 특파원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베이징시 질병통제센터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육류식품종합연구센터 직원인 류모씨(25), 윤모씨(37) 등 2명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시진핑 주석의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에서 불과 2.5km 떨어져 있는 시청취(西城區)의 한 아파트에서 탕모씨(52)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베이징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57일만 확진자 이어 2명 추가 감염
코로나19 확진자 아파트 가보니
출입구 봉쇄ㆍ경찰 상주...폐쇄 관리
감염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

 
당국은 이날 탕씨(52)의 행적도 공개했다. 그는 지난 1일 베이징 서산 산림 공원을 찾은 데 이어 3일엔 펑타이취에 있는 징카이(京開)도매시장과 휴대폰 대리점(3일) 등을 방문했다. 이후 발열과 함께 외출하지 않았으나 방문 장소에 코로나19를 전염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탕씨가 시장을 찾아 육류를 구매했고 이후 인근에 있는 육류식품연구센터 직원 2명이 감염됐다. 당국은 탕씨가 방문한 징카이 시장을 폐쇄했고 다시 재개된 초등학교 1,2,3학년의 등교도 다시 보류하기로 하는 등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 집무실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입구. 이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까지는 직선거리로 2.5km에 불과하다. 박성훈 특파원

시진핑 주석 집무실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입구. 이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까지는 직선거리로 2.5km에 불과하다. 박성훈 특파원

베이징시 시청취(西城區) 위생당국에 따르면 탕모씨(52)는 현재 베이징 전염병 전문 병원인 디탄(地摊) 병원에 격리된 상태다. 이날 오전 탕씨가 거주한  아파트를 찾았다. 갈색 벽돌로 된 11층짜리 건물로, 명칭은 웨탄(月壇) 거리 시볜먼(西邊門) 둥다제(東大街)다. 
 
처음엔 잘못 찾은 것 아닌가 싶었다. 아파트 앞에 경찰차나 응급차가 도열해 있을 것이라 짐작한 탓이다. 얼핏 보기에 거리는 다른 곳과 다름없이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확진자가 발생하자 아파트 출입이 봉쇄됐다. 부득이한 경우 체온검사, 건강코드 확인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친 뒤 드나들 수 있다. 아파트 입구에는 택배상자들이 쌓여 있다. 박성훈 특파원

확진자가 발생하자 아파트 출입이 봉쇄됐다. 부득이한 경우 체온검사, 건강코드 확인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친 뒤 드나들 수 있다. 아파트 입구에는 택배상자들이 쌓여 있다. 박성훈 특파원

아파트는 봉쇄됐다. 정문 안에는 경찰이 상주하고 있었다. 다른 아파트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주민자치위원회 4~5명도 문 안팎을 지켰다. 불안한 듯 경찰을 찾아와 이것저것 묻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택배는 안으로 들일 수 없어 문밖에 쌓였다. 취재진을 본 아파트 관계자가 손짓을 하며 “떨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파트 옆 상가 건물 상인은 자신도 어제 오후에서야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탕모씨가 6층에 산다고 들었다. 늦게 결혼했고 가족이 많지 않은 걸로 안다”며 “그의 아내와 아이가 감염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위생당국에 따르면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다.  
 
아파트는 베이징 제8중학교와 붙어 있었다. 확진자가 나온 탓인지 이미 등교가 끝났음에도 학교 정문엔 학교 경비와 체온을 측정하는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담장 사이로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는데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지는 않았다. 최근 마스크를 끼고 체육활동을 하다 호흡곤란으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이를 금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아파트 주변으로 경찰 차량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해당 아파트 주변으로 경찰 차량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아파트 주변엔 경찰차가 계속 순찰을 돌았다. 맞은 편 또다른 아파트를 드나들며 추가 조사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변의 확산 여부와 동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경 1㎞ 이내에 있는 아파트 문 앞에는 대부분 경찰이 포진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천 모(50) 씨는 “어젯밤 9시까지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했다”며 “나도 겁이 나긴 하는데 일단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생당국은 이날 오전까지 나온 주민 핵산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라고 밝힌 상태다. 또 다른 주민 류 모(58) 씨는 “처음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인근에 국가 기관들도 있고 해서 정부에서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예민해진 중국 경찰이 취재를 제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해당 아파트 주민자치위에서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여권과 기자증을 확인한 뒤 시 정부 허가를 받은 뒤 취재해야 한다”고 주지시켰다.  
 
확진자가 발생한 인근 대부분 아파트 출입구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박성훈 특파원

확진자가 발생한 인근 대부분 아파트 출입구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박성훈 특파원

위생당국은 아직까지 탕씨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도심 한가운데 코로나19가 들어왔는데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인 것이다. 웨이보, 웨이신 등 SNS에는 "탕씨가 지린성에 다녀왔는데 다른 휴대폰을 가지고 가면서 감시망을 벗어났다”는 글이 돌았지만 당국은 유언비어라며 부인했다.   
 
위생당국은 역학조사와 동시에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탕씨의 4학년 아이가 다닌 인근 학교에선 학생 33명과 선생님 15명을 자가 격리했고 탕씨와 같은 동에 사는 이웃들도 격리됐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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