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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543조+α '초수퍼 예산' 예고, 복지·고용만 200조

중앙일보 2020.06.12 15:43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 각 부처가 지난해보다 6% 늘어난 총 543조원 예산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올해 본예산에 3차례의 추경까지 더한 액수와 큰 차이가 없다. 7월 확정되는 한국판 뉴딜 계획까지 고려하면 내년 정부 지출은 ‘슈퍼 예산’이라 불린 올해를 뛰어넘어 ‘초(超)슈퍼 예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분야별 예산 요구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2021년 분야별 예산 요구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내년 예산 '시작점', 3차 추경 누적과 비슷

  
12일 기재부가 공개한 ‘2021년도 예산 요구 현황’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은 총 542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본예산(512조3000억원)보다 30조7000억원(6%)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8년 만에 총 3번의 추경이 이뤄진 올해 총지출 예산(547조1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각 부처의 예산 요구안은 본예산 편성을 위한 ‘시작점’이다. 향후 본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예산안을 짤 때도 각 부처가 처음 요구한 예산은 498조7000억원이었지만 이후 부처 논의, 국회 협의 과정에서 51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1~3차 추경까지 고려하면 올해 예산은 부처 요구안과 견줘 9.7% 늘어난 셈이다.
 

올해도 요구안보다 증액된 본예산…한국판 뉴딜까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포스트 코로나’ 준비를 위해 앞다퉈 지출 목록을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7월 발표 예정인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다. 올해 한국판 뉴딜의 소요 예산은 5조1000억원이다. 기재부는 이 예산이 2021~2022년에는 26조2000억원, 2023~2025년에는 4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7월 상세 계획이 나오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수립 등 정책여건 변화에 따른 추가 요구도 반영해 예산안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당도 강한 실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당정이 한국판 뉴딜을 성공시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새로운 사회경제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 위원회(가칭)를 상설특별위원회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정 일자리→민간 일자리 20%…효과가 관건 

 
문제는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 만큼 효과가 날 지다. 내년 예산 요구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보건·복지·고용(198조원, 36.8%)이다. 이 부문 지난해 사업 중 효과가 저조한 게 적지 않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 부문 취업을 위해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지원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의 민간 부문 취업률은 20.6%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총 사업 참여자(82만 명) 중 85.4%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민간 고용 활성화보다는 생계 지원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가 4일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국가채무는 1030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전망보다 1000조원을 넘어서는 시기가 1년 앞당겨졌다. 올해(1~3차 추경 포함) 840조2000억원인 국가채무는 2023년까지 294조원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에서 51.7%로 늘어난다. GDP 증가율보다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적자 규모와 속도가 이처럼 빠르게 커진다는 것은 향후 추가적인 재난 상황에 쓸 재정수단 여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미래 경제충격에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적재적소에 예산을 집중하는 등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재부는 “국정과제 등을 제외한 재량지출을 10% 내외로 구조조정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한국판 뉴딜, 부처간 협업과제 등 핵심과제에 재투자해 재정지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 확정해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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