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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Fed쇼크…스페인 독감 '2차대재앙' 기억에 전망 우울

중앙일보 2020.06.12 14:22
두달간 꾸준히 반등하던 뉴욕 증시가 11일(현지 시간) 7% 가까이 빠지면서, 추가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두달간 꾸준히 반등하던 뉴욕 증시가 11일(현지 시간) 7% 가까이 빠지면서, 추가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3월 말 저점 이후로 두 달여 만에 50% 반등한 뉴욕 증시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비관적인 경기 전망이 재를 뿌렸다. 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증시에 소위 ‘Fed 쇼크’가 강타한 것.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뉴욕 증시의 하락세 전환은 단기적인 주가 조정에 그칠까. 아니면 앞으로 추세적인 주가 하락의 서막으로 봐야 할까.  

2달간 50% 반등한 다우 하루만에 7% 하락
시카고 변동성지수 한달만에 최고치 상승
'코로나 패닉' 이후 네번째 뉴욕증시 추락
"현실 괴리 좁히긴 위한 주가 조정 불가피"

 
이날 다우지수는 6.90% 하락한 2만5128.17로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5.89%, 5.27% 하락했다. 특히 거래 마감을 1시간가량 앞둔 장 후반 패닉 매도가 쏟아졌다.
 
주가 급락과 함께 변동성도 큰 폭으로 뛰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가 40선을 뚫고 올랐다. 이는 지난달 4일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 패닉 와중에 네번째 큰 하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 패닉 와중에 네번째 큰 하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른바 ‘코로나 패닉’이 시작된 3월 16일 하루 만에 주가가 13% 빠진 것과 비교해 7% 하락률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2주 동안 꾸준히 오른 주가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수치다. “2022년까지 금리 인하 지속”을 약속하며 비둘기파 색깔을 분명히 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정책 결정보다 부정적인 경기 전망에 무게를 둔 ‘팔자’ 행렬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장기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패닉과 극심한 변동성이 재점화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실물경기 회복에 앞서 주가가 오른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를 좁히기 위한 조정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관론자인 스콧 미너드구겐하임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또 다시 “S&P 500 지수가 1600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지난 3월 저점보다 더 낮게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월가에서 이른바 ‘채권왕’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제프리 건드라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뉴욕 증시의 단기 급등에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졌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주가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패닉 와중에 네번째 큰 하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 패닉 와중에 네번째 큰 하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산관리기업 내셔널 시큐리티의 아트 호간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번 하락장에 대해 “주식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급락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TFS데리버티브스의 스티븐 이콜로 주식 전략가는 “최근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것처럼 움직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사 LPL 파이낸셜의 제프 부크바인더 주식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3월 저점에서 주가각 40% 치솟았다”며 “당분간 차익 매물을 포함한 ‘팔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하락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코로나19 ‘2차 확산’ 가능성이 꼽힌다. 미국에서 팬데믹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게 특히 문제다. 이날 텍사스·애리조나·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9개 주에서 감염자와 입원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2차 유행에 대한 공포가 불거졌다. 애리조나의 경우 지난 5일 하루 신규 환자 수가 최대치인 1600명까지 올라갔고 텍사스도 지난 5일 2000명, 캘리포니아도 3600명이 늘어 일일 증가수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들 주에서는 감염 증가세가 잡힌 적이 없다”며 “2차 유행이 아니라 1차 유행이 잡히지 않고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여러 면에서 코로나19와 비교되고 있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라는 역사적 선례도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H1N1)에 의한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봄(1차 유행)과 가을·겨울(2차 유행)의 두 시기에 크게 유행했다. 특히 2차 유행이 대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금처럼 엄밀한 통계는 아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4000만~5000만 명이 이 독감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에서만 무려 1000만 명가량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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