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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예해방일에 100년전 흑인학살지 간다…"흑인 모욕"

중앙일보 2020.06.12 07: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게이트웨이처치 댈러스 캠퍼스에서 열린 종교계, 법집행인, 중소기업계 인사들과의 원탁토론회에 참석해 박수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게이트웨이처치 댈러스 캠퍼스에서 열린 종교계, 법집행인, 중소기업계 인사들과의 원탁토론회에 참석해 박수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개월여 만에 재개하는 대선 선거유세지로 오클라호마주(州) 털사를 선택해 미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털사 방문 예정일은 노예해방일인 오는 19일인데, 99년 전 이곳에서 대규모 흑인 학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CNN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털사유세 재개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가 유세를 복귀하는 장소인 털사와 방문을 택한 날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장황한 인종차별 연설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털사는 미국 흑인들에게 특히 아픔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1921년 백인 폭도들이 그린우드, 혹은 '블랙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도시를 공격한 역사를 가진 지역이다. 당시 백인들에 의한 흑인 학살은 미 역사상 가장 악랄한 폭력 행위 중 하나로 여겨진다.
 
6월 19일은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1863년 1월 1일)하고 2년여가 지난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의 마지막으로 해방 소식이 전해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미국 흑인 사회에 뜻깊은 날에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학살지를 방문해 유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야권에선 흑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이건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윙크하는 정도가 아니다"라며 "아예 파티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원 흑인의원 그룹을 이끄는 캐런 배스 민주당 의원도 "털사 인종 폭동에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결례"라며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무고한 흑인 주민에게 만행을 저지른 곳인데 흑인에 적대적이고 억압적 어젠더를 추진해온 대통령이 이 장소를 선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스 의원은 이어 "심지어 그는 노예해방일을 택했다"며 "말도 안 되고 흑인을 또 모욕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케네디 하원의원 역시 "99년 전 백인 무리가 털사의 흑인 수백명을 학살했다"며 "인종차별적인 대통령은 노예해방일에 털사에 가는 메시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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