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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블록체인 부활이냐···카카오 ‘클레이’ 보름새 4배 껑충

중앙일보 2020.06.12 06:00
'카카오가 만든 가상화폐' 클레이(KLAY)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5월 중순 1클레이당 100원 남짓이던 가격은 지난 8일 최고가 397원(거래소 지닥 기준)을 기록했다. 보름 새 4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무슨 일이야?

·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지난 3일 디지털자산 지갑 '클립(Klip)'을 출시하자, 클레이의 가격이 폭등했다. 
 
· 5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에 탑재된 클립에는 출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침체된 블록체인 업계에 클립이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였다. 먼저 움직인 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데이빗·코인원 등은 클립 출시 전후로 클레이를 국내 상장하며 클레이 거래 붐을 조성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의 최근 클레이(KLAY) 가격 변화와 거래량. 지닥 캡처.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의 최근 클레이(KLAY) 가격 변화와 거래량. 지닥 캡처.

카카오화폐 '클레이'가 왜 중요해?

· 카카오 주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끄느냐, '가상화폐 투기 재점화의 연료'로 소비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도 "클립을 출시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건 토큰 시세차익에만 관심이 집중돼 클립보다 클레이가 부각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갑인 '클립'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가상화폐 '클레이 투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이걸 알아야 해

· 카카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엔 4가지 축이 있다. 토큰(클레이), 지갑(클립), 앱(비앱·BApp), 퍼블릭 플랫폼(클레이튼).  
 
· 클레이튼은 애플의 운영체제 iOS 같은 생태계, 비앱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앱(응용 프로그램)이다. 클레이는 그 앱들의 작동·보상 체계를 위한 화폐 중 하나고, 클립은 클레이 등 디지털자산을 소비자가 담아두거나 옮기는 역할을 한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비앱 〉클립 〉클레이' 순으로 중요도를 강조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클레이 〉클립 〉비앱 〉클레이튼' 순이다. 
 
3일 그라운드X가 선보인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 카카오톡 더보기 탭을 통해 클립으로 들어갈 수 있다.

3일 그라운드X가 선보인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 카카오톡 더보기 탭을 통해 클립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시장 반응은 어때?

· 클립에 대해선 현재까지 "쉽고 편하다"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톡 ID만 있으면 손쉽게 지갑을 만들 수 있고, 국내 소비자가 익숙한 카카오톡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UI·UX)이 장점이다. 일각에선 '제2의 카카오페이'가 될 수 있다는 호평도 나온다. 개인들이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수수료(transaction fee)가 없다는 점도 강점. 클립 가입자는 9일 15만명을 넘어섰다. 
 
· 그런데 정작 클립을 쓸 데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화폐 보관 및 전송 외에 눈에 띄는 기능이 없다는 것. 클립 내에는 쇼핑·게임·소셜·건강 등 카테고리에 13개 비앱(서비스)이 포함돼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킬러 콘텐츠가 없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핵심인 보상 체계도 아직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업계에선 "제대로 된 비앱이 없는 상태에서 지갑(클립)을 급하게 출시해 코인(클레이) 값만 뛴 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라운드X는 "대중이 클립을 익숙하게 써야, 비앱 등 관련 서비스가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닭(클립)이 먼저냐 달걀(비앱)이 먼저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

·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클레이튼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시작한 사업들을 성공시키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파트너사의 게임 아이템, 포인트, 마일리지 등을 클립에 담아 주고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이 환전 가능한 가상자산이 되고, 스포츠 경기를 보면 토큰으로 보상을 받아 카카오톡 클립에 넣을 수 있는 식이다.
 
· 장기적으로는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도 클레이튼 기반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표는 "카카오 공동체와 지속적으로 서비스 연동을 논의하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곳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라운드X의 딜레마

· 당초 그라운드X는 지난해 클립을 공개하고 클레이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가상자산 기반의 '토큰 경제'가 활발해야 서비스도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지난 10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카카오가 투자한 업비트의 클레이 국내 상장은 편법·셀프 상장"(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 당국도 클레이의 국내 상장에 부정적 입장을 비치며 상장은 지연됐다. 결국 그라운드X는 국내에선 클레이를 상장하지 않고, 지갑(클립)만 출시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 하지만 시장은 달랐다. 클립 출시가 임박하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그라운드X와 협의 없이 클레이를 상장했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에선 거래소들이 임의로 화폐를 상장할 수 있다. 그라운드X의 딜레마도 커졌다. 클레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가격이 급등할수록 규제 당국의 감시도 강화될 수 있기 때문.
 

페이스북 리브라는?

· 페이스북이 카카오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페이스북도 카카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처럼 소셜네트워크(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중적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
 
· 최근엔 디지털자산 지갑을 만드는 자회사 '칼리브라'의 이름을 '노비(Novi)'로 바꾸고 페이스북 메신저·왓츠앱 등 페이스북이 소유한 메신저 서비스들과 연동했다.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를 위한 준비다. 페이스북 역시 고민은 미국·유럽 등 금융당국의 규제. 페이스북의 전략은 각국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 텔레그램은 미국 정부의 규제에 막혀 지난달 3년간 추진하던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과 암호화폐 '그램' 출시를 접었다.   
 

더 알면 좋은 점

·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 정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로 가산자산의 정의와 사업자 인가제 등의 가닥만 잡은 상황. 신용우 국회입법조사관은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이미 상당한 수준인데도 정책과 입법이 소극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필요한 규제마저 공백인 상태"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진흥법 등 구체적 법안은 21대 국회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의 블록체인 운영 체계에 대한 비판도 있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과 달리 '거버넌스 카운슬'이라는 글로벌 대기업 중심의 합의체가 기술·사업 등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 이 카운슬에는 LG전자, SK네트웍스,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등 3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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