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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여당 업은 정부 2차시도···폐기된 ‘기업 때리기 법’ 꺼냈다

중앙일보 2020.06.12 05:00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재계에서 ‘기업 때리기 법’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는 상법 개정작업이 다시 추진된다. 재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여건이 더 나빠졌는데도 정부가 '슈퍼 여당'을 등에 업고 폐기된 법안을 그대로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 이사 소송 허용…"투기자본 악용 못 막아"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대표소송제를 통해 주주가 본인이 속한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만 소송할 수 있었다. 법이 개정되면 자회사, 손자회사 경영진에게도 소송이 가능해진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주는 지주회사 지분의 1%(상장사 0.01%)만 보유하면 된다.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대표소송만으로는 기업들이 불법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손해 끼치는 부분을 규제할 수 없다”며 제도 도입취지를 설명했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업들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별개의 법인체인데도 불구하고 독립된 법인격을 부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모회사의 주주는 자회사 주주에 비해 적은 수의 지분으로도 자회사 이사에 대한 대표소송이 가능해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해외의 유사 사례도 드물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률이나 판례에서도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100% 보유할 경우 등 소송 제기 요건이 엄격하다. 미국은 판례를 통해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만 모회사와 자회사의 경영진이 동일하게 구성된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한다.  
 
해외 투기자본이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 투기 자본이 다중대표소송을 이용해 경영 개입 수단으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며 “소송 제기로 가격이 하락한 모회사 주식을 매집한 뒤 소송을 취하해 단기 차익을 취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관계인 합쳐 지분 51%도 감사 선임에 의결권 3%만 허용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해임될 때 적용되던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강화한 점도 논란이다. 일반 이사와 달리 감사위원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주주가 지분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선임할 때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 다만 현행 상법은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3% 룰이 사문화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법무부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의결권 제한 규정도 강화해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해 의결권 3%만 인정하기로 개정한다.  
 
이 제도 역시 투기 자본의 악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가령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지분 51%를 가지고 있어도 감사 선임에 의결권은 3%밖에 행사할 수 없는데, 투기 자본이 3%+1주 이상의 지분만 확보해도 표적이 될 수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기업에 적대적인 감사위원을 선임해 감사를 명목으로 기업 정보를 빼갈 수도 있다”며 “일반 주주들이 제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서 폐기됐는데…슈퍼 여당 되자 정부 입법 추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사실 이 같은 상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국회에서 추진되다 야당의 반발로 폐기됐던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슈퍼 여당’이 되면서 정부가 이번엔 직접 입법하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 발표에 힘을 실어줬다. 김 원내대표는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 입법을 완수해 경제정의를 실현하겠다"며 “이 세 가지 공정경제 법안은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라고 강조했다.  
 
남영찬 한국기업법무협회 회장은 “지금은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법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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