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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김부겸 “7개월짜리 대표 명분 없어, 당 그리 만만치 않아”

중앙일보 2020.06.12 00:47 종합 23면 지면보기

승부수 띄운 김부겸, 시험대 오른 이낙연

이낙연 의원은 ‘7개월 시한부 당 대표’란 비판을 감수하고 ’예정대로 간다“는 태도다. [뉴시스]

이낙연 의원은 ‘7개월 시한부 당 대표’란 비판을 감수하고 ’예정대로 간다“는 태도다. [뉴시스]

민주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8월)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당권 찍고 대권’이란 대세 이낙연 의원의 시나리오를 김부겸 전 의원이 승부수를 띄어 흔들면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 같은 당권 주자인 우원식 의원을 만나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 2년을 다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당헌·당규상 대선에 나서려면 대선 1년 전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김 전 의원이 ‘임기 2년’을 외치면서 출마하면 ‘7개월짜리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 의원의 출마 명분이 옹색해지는 측면이 있다. ‘김부겸 공세’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김 전 의원은 우 의원을 만난 데 이어 10일엔 친문 핵심으로 당권을 노리는 홍영표 의원과 회동했다. 연일 “임기 2년”을 외치며 이 의원을 압박한 거다.
 

김부겸 ‘당 대표 임기’ 발언 파장
본지 인터뷰서 이낙연 향해 압박
이측 “시끄럽다고 생각 안 바꿔
임기 7개월은 짧지 않은 골든타임”

1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 M 호텔 2층 커피숍으로 홍영표 의원이 들어섰다. 이미 커피숍에 와 있던 김 전 의원이 홍 의원을 맞아 30분 가까이 의견을 나눴다. 그곳 커피숍은 별도의 룸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바깥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시쯤 두 사람이 일어섰고 모두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나서는 김 전 의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공개적 발언을 가급적 아끼고 있는 터라 다소 당황하는 표정이었지만 커피숍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주었다. 필자는 인터뷰를 위해 문자 메시지를 넣었으나 김 전 의원의 답이 없어 장소를 미리 수소문해 그곳을 찾았다.
 
무슨 얘기를 나눴나.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가 올 게 뻔한 상황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당이 어떤 역할과 준비를 하느냐와 어떻게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논점이 돼야 한다. 그런데 대선 후보자들이 전당대회에 뛰어들면서 이런 논쟁이 사라질 것 같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홍 의원한테도 말했지만 내가 (전당대회 출마를) 발표한다면 그 점에선 당선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당선되면 임기 2년을 채우겠다’(조건부 대권 포기)는 선언의 파장이 적지 않다.
“이낙연 의원의 출마는 사실 명분이 약하지 않나. 대세론이 거세 내가 도전해서 승산이 있겠느냐는 생각들이 모두 강했을 텐데 명분을 얘기하고 나서니 파장이 있는 것 같다.”
 
이 의원의 약점을 건드린 셈인데….
“명분이 없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다. 7개월짜리 당 대표의 약점이 그것 아닌가.”
 
이 의원 측에선 ‘7개월이 짧지 않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이 의원한테 중요하면 다른 사람들은…. 박원순 시장이나 이재명 지사나 나한테는…. 당신이 대세론을 다 확정 짓는 시간에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나. 당 전체로 봐서 플러스가 돼야 하지 않겠나.”
 
김부겸 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 9일 ’당 대표가 되면 임기 2년을 채우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구도가 술렁이고 있다. [중앙포토]

김부겸 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 9일 ’당 대표가 되면 임기 2년을 채우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구도가 술렁이고 있다. [중앙포토]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고 대선으로 바로 갈 생각은 없었나.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 역할 없이 대선을 준비한다고 하면 우리당으로선 대구·경북이 너무 취약해진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 것들을 포함해 여러 고민을 했다.”
 
‘임기 2년’ 카드는 어떻게 나왔나.
“당 대표가 된다면 당연히 2년으로 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 거다. ‘7개월만 하고 그만둘게요’ 그럴 수 없지 않나. 나로서는 무기가 (그 거 밖에) 없다.”
 
이 의원을 언제 만날 생각인가.
“보기는 봐야 하지 않겠나.”
 
출마 선언은 언제 하나.
“국회가 아직 개원을 못 해서…. 아직 게임 룰도 세팅이 안 됐고 (선언하기에)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정세균 총리 측에서 돕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 총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현직에 있는 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
 
이 의원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고민을 하시는 거 아닌가. 생각보다 파장이 큰 것 같다. 당초 현실 정치의 논리로 넘어가려 하지 않았나. 이 당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당에 이낙연 대세론만 있으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이개호

이개호

1등 주자는 다른 주자들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김 전 의원은 물론 홍 의원도 ‘당권·대권 분리’ 압박에 힘을 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1일 당권·대권 분리에 관해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할 문제”라며 분리 쪽에 힘을 실었다. 이낙연은 어떻게 대응해나갈까. 이 의원의 최측근인 이개호 의원에게 물었다.
 
‘김부겸 선언’ 이후 전대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는데.
“입장이 흔들릴 상황이 아니다. 외부 조건의 변화랄까 어수선한 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건 아니다. 흔들려서도 안 되고 흔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책임 있는 대권 주자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해서 출마하려 하는데 조금 시끄럽다고 생각을 바꾼다거나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7개월짜리 당권이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7개월은 당 운영 상황을 놓고 보면 짧은 기간이 아니다. 21대 초반이어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정책적 입법적 뒷받침을 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7개월이면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다. 당헌·당규상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취지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1년 전까지 당무, 당내 정치에 전념하는 게 옳다는 거다. 제도상 1년 이후에도 (대선 후보가) 당권을 쥐면 안 된다는 것이고 1년 전까지는 당무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 의원이 왜 당 대표가 돼야 하나.
“21대 국회 초반이다.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잘해야 한다. 코로나까지 겹쳐 있는 만큼 이때가 골든타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질서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당과 대한민국 국정 전반을 위해 이낙연의 압도적인 지지라는 권위가 필요한 거다. 그래서 많은 당원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 는 요구를 하는 것 같다.”
 
대선을 위한 확실한 지지층 만들기라는 분석도 있는데.
“국정에 대한 성공적인 뒷받침을 잘 해내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낙연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놓고서는 여러 분석이 많다.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공세를 받으면서도 출마 의지를 꺾지 않는 진짜 이유는 뭘까. 이개호 의원은 ‘책임’을 언급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이 있는 만큼 그 힘을 바탕으로 국정에 기여해야 하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가 그런 거라면 속내는 대선 과정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는 반(反)이낙연 전선에 대항할 탄탄한 지지세를 마련하는 게 주요한 이유라고 한다. 이 의원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이낙연은 친문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후천적 친문으로 언젠가 반이낙연 연대나 호남 대선 후보에 대한 회의론 같은 게 나올 것”이라며 “이미 김부겸이 그런 것을 시작한 것 아니냐. 그걸 불식시킬 힘이 필요하다. 이낙연 스타일은 취약한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이 의원은 맹렬한 지지 기반이 없고 중앙 정치를 해본 적도 없다”며 “당 대표를 통해 개인기를 보여줌으로써 지지율을 확실하게 만들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부겸의 임기 발언으로 이낙연은 시험과 검증대에 올라섰다”며 “계속 밀고 나가려면 설득력 있는 논거를 내놔야 하고 여기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김부겸 경쟁에 당내 여론은…
김두관

김두관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전대에서 맞붙는 구도가 되자 당내 최대 규모의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대선주자들의 전대 조기 등판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3일 그런 입장을 정리했는데 며칠 후 김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결과적으로 봐서 더미래가 김 전 의원의 선언을 부르고, 이 의원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더미래는 10일 회의를 다시 열었지만 분명한 입장을 더는 내놓지 않았다.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이 의원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미래 소속 한 의원은 “상황을 더 보기로 했다”며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영호남 대결로 과열되면 누가 이겨도 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 후보들이 1차전(당권)과 2차전(대선 후보)을 다 치르면 반드시 불상사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경남지사 출신으로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김두관 의원도 지난 5일 대선 주자의 당권 도전을 비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든 내년 3월 이전에 사퇴할거면서 대선에 나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낙연·김부겸을 동시에 겨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김부겸의 임기 발언 이후 분리 대응했다. 김 의원은 10일 통화에서 김 전 의원에 대해선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 의원에 대해선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분과 싸우면 명분에서는 밀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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