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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LOL은 간접살상 아냐”…‘병역거부’ 여호와의증인 무죄

중앙일보 2020.06.12 00:23
휴가를 나온 육군 병사들. 연합뉴스

휴가를 나온 육군 병사들. 연합뉴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전쟁·살상 등을 주제로 한 온라인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롤)’을 즐겼다고 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유지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 송혜영)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황모(23)씨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황씨가 했다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은 그 캐릭터들의 형상, 전투의 표현방법 등을 볼 때 황씨에게 타인에 대한 살상을 간접경험하게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주장처럼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황씨는 같은 종교 신자인 형이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복역하는 것을 보고도 종교적 양심을 버리지 않았다”며 “모태신앙과 그렇지 않은 자들 사이에 종교적 양심의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황씨가 롤 게임에 접속해 참여했다며 진지한 성찰 없이 신봉하는 교리에 따라 수동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부정하고 있어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황씨는 2017년 9월께 두 달 뒤 현역병으로 입대하라는 병무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씨는 15세였던 2013년 6월 모태신앙인이던 부모를 따라 ‘여호와의 증인’ 정식 신도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 황씨는 이 종교기관에서 꾸준히 신앙생활을 했다. 황씨의 친형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입영을 거부할 당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입영거부자들에게 대부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런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내하며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황씨의 병역거부를 ‘진정한 양심에 따른 정당한 사유’로 보고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검찰은 황씨가 롤 등 온라인 전쟁게임을 즐겼다며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황씨는 “진지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봐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병역법 제88조 1항에 따르면 입영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윤리, 도덕, 철학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로부터 지정된 기간이 지나도록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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