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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취소될라’ 몸집 줄이는 도쿄올림픽

중앙일보 2020.06.12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도쿄 시민이 10일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뒤로 올림픽까지 남은 날 수(D-408일)를 가리키는 시계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도쿄 시민이 10일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뒤로 올림픽까지 남은 날 수(D-408일)를 가리키는 시계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내년 7월로 1년 미뤄진 도쿄올림픽의 정체성이 확 바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대비해 대회 규모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중이다. 대신 '인종차별 반대' 등 글로벌 스포츠가 지향하는 이슈에 대해 선수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기로 했다.

IOC·조직위, 대회 간소화 합의
바흐 “올림픽서 차별 반대 허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10일 화상회의를 열고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운영을 간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출전 선수 외 관계자 대폭 감원 ▶분야별 효율성 강화 ▶서비스 수준 하향 조정 ▶올림픽 관련 각종 행사 규모 축소 및 재검토 등의 실무 지침을 공개했다. 새 기준에 맞춰 조직위는 개폐회식 규모 감축, 각 경기장의 입장 관중 수 조절, 각국 선수단 동선 통제 등 실천 방안을 적용한다. 모두가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낮추고 대회 개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조직위는 일본 정부 방침에 맞춰 다음 달까지 경기 일정과 장소를 확정하고, 연내 올림픽과 관련한 코로나19 특별 대책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3월 재개하는 성화봉송 행사부터 새로운 방역 프로그램을 가동해 시범 운영하는 게 목표다.
 
일본이 올림픽 ‘다운사이징’에 나선 건 무리하게 정상 개최를 고집하다 자칫 대회 자체가 취소되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림픽 일정 연기를 발표하며 “1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를 극복한 인류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 대한 전 세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아베 총리 기대와 달리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올림픽 개최는 무리’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도쿄올림픽이 내년에도 열리지 못할 경우 대회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 재연기 등의 플랜C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대회 규모를 줄이면 일본도 금전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은, 정상 개최의 경우 최소 3조2000억원에서 최대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은 일본 정부의 부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IOC는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의미를 부여해 대회 품격을 유지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또 주목할 점은 그간 올림픽에서 금지했던 정치적 의사 표현과 관련한 부분이다. 바흐 위원장은 11일 “올림픽 정신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참가 선수가 인종차별에 대해 자유롭게 반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폭력으로 숨진 뒤, 전 세계 스포츠 스타들이 앞다퉈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IOC는 그간 올림픽 무대에서 정치, 종교, 사회적 의사 표현을 일절 배격했다.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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