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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집밥 소비 급증…쌀값 두배로 뛰었다, 10년래 최고

중앙일보 2020.06.12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쌀값이 지난 2주간 갑작스럽게 폭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으로 가정 내 집밥 수요가 급증했지만 폭우·수출 지연 등으로 공급에는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5년 만에 나타난 대형 메뚜기떼가 동남아에 상륙할 경우 쌀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쌀 판매량 작년보다 40% 늘고
생산 감소에 경제봉쇄 겹쳐 상승
메뚜기떼 기승도 쌀값 불안요인
“동남아 상륙 땐 수억 명 식량난”

6월 들어 폭등한 국제 쌀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6월 들어 폭등한 국제 쌀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쌀 선물 가격이 최근 2주간 47% 급등,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최근 원자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올 들어 쌀값은 두 배 상승했다. 쌀값은 지난해 100파운드(약 45㎏) 당 9~12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13달러 선을 뚫고, 지난 4일 2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잠시 숨고르기 중이다.
 
이 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쌀 소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을 끊고, 집에서 직접 밥을 차려 먹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한 쌀 사재기 수요도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미국 내 쌀 소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반면 공급량은 줄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쌀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7% 감소했다. 미국 ‘곡창 지대의 심장’으로 알려진 아칸소·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텍사스 등에서 지난해 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봉쇄도 쌀값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로 쌀을 생산하는 인도는 봉쇄조치로 현지 수출업자들이 쌀을 해외로 보내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인도 수출업 관계자는 WSJ에 “3월 이후로 운송 물량이 50~60% 줄어들자 인도 항구는 수수료를 32% 올렸다”며 “이는 인도 쌀 수출업자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쌀 공급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FAO에 따르면 올해 25년 만에 가장 큰 사막 메뚜기떼가 동아프리카에서 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에 상륙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파키스탄은 농작물 피해가 극심해 정부가 전국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FAO에 따르면, 사막 메뚜기떼는 올해 들어 총 23개국 농경 지역에 손해를 끼쳤다. 이 메뚜기떼는 하루 최대 150㎞를 이동하며, 최대 1만㎢ 이상에 달하는 지역을 덮을 수 있는 규모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사막 메뚜기떼가 동남아에 상륙한다면 우리를 포함한 동남아 전체의 올해 쌀 생산은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FAO 역시 “빠르게 이동하는 메뚜기떼를 방치한다면, 전 세계 60개국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수억명의 인류가 식량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7월부터 9월까지 지속되는 동남아 지역의 몬순(우기) 역시 농가에 또 다른 복병이 될 수도 있다. 원자재 선물 브로커 RJO선물의 조시 그레이브 전략가는 “몬순 시기가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며 “쌀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수출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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