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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송현동 땅 사겠다는 곳 ‘0’

중앙일보 2020.06.12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대한항공 노조원들이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경쟁 입찰을 통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노조원들이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경쟁 입찰을 통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지 매각에 나선 대한항공의  입찰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공원화 추진이 부담된 듯
투자 설명서 15곳서 받아갔지만
매각 예비입찰 한곳도 안 나서
시 “대한항공에 협의 재개 요청”

11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낸 곳은 하나도 없었다.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거나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은 15곳에 달했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추진 방침을 발표한 뒤 마감까지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LOI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 응할 수는 있지만, 본입찰에도 참여하는 기업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서울시가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오는 8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최근 북촌지구 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공고안을 통해 서울시가 부지 보상비로 4671억 3300만원을 책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계획안에 담긴 보상비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시 가격이다.
 
재계에선 이번 송현동 부지의 공개 매각 작업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인근이라는 특성 때문에 높이 12m 제한, 1종 일반거주지역으로 용적률이 100~200%에 불과하다. 인근에 덕성여고, 덕성여중, 풍문여고 등 학교가 인접해 있어 개발하려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 부지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다 학교 주변에 호텔 설립을 금지하는 학교보건법에 막혀 개발을 포기했다. 대한항공 이전 송현동 땅 주인이었던 삼성생명도 당시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대지를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려던 대한항공의 자구안에는 차질이 생겼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1조 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으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았다. 이에 따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등 자산 매각에 나섰다.
 
대한항공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오전 서울시청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규탄대회를 열고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엄중히 경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보상비 수준까지 공고한 상황에서 민간의 자유로운 매매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면서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 방침을 전면 철회할지와 서울시에 부지를 넘길지가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 열람 기간 의견서 제출 시한인 오는 18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송현동 부지 관련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11일 대한항공에 협의 재개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가 매입 논란에 대해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대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평가 업체 두 곳에 의뢰해 매입 가격을 정한다는 것이다.
 
또 송현동 부지 대금을 2022년까지 2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겠다는 입장에서도 한발 물러섰다. 서울시는 “자구책을 마련 중인 대한항공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를 조기에 매입하거나, 대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재민·문희철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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