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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요청 땐 세부내역 공개 법령, 2년째 시민단체 반발로 발목 잡혀

중앙일보 2020.06.12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견제없는 권력, 시민단체〈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번 (정의기억연대)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은 일부 시민단체 등의 이견에 부닥쳐 2년째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문 대통령 “투명성 강화” 약속에도
기부금 시행령 개정 속도 못내

행정안전부는 9일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 개정안을 전날 안건에서 제외했다. ‘기부금품 모집 사용에 대한 기부자의 알 권리 강화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 발송 계획까지 세웠지만, 이 역시 취소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부 조문에 오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수정하려고 안건 상정을 미뤘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해당 문구는 조율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지만, 기부자 요청 시 세부 사용명세 공개 범위에 관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부자가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보다 더 자세한 내용의 사용명세 장부 등을 기부금품 모집자에게 요청할 때 이를 공개하게 하는 것과 관련한 규정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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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는 지난해 6월에도 같은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올린다고 알렸다가 제외했다. 당시에도 ‘기부자 요청 시 세부정보 공개’ 관련 시민단체와 이견 조율이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가 이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은 2018년 12월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새희망씨앗’이란 단체의 기부금 악용 사례 등이 계기였다. 당시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기부자가 모집자에게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 모집자는 7일 안에 해당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이 기간을 14일로 완화한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다시 입법예고했다.
 
이번 국무회의에 올릴 예정이었던 개정안에는 기부자가 모집자에게 세부 사용 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모집자가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는 명시하지 않았다. ‘14일 내 공개’로 완화한 조항마저 삭제된 것이다. 기부금 투명성 강화 조항이 당초 개정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셈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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