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 "北도 대남전단 중단했다"는데···"연평도서 北삐라 발견"

중앙일보 2020.06.12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연평도에서 발견했다고 11일 보도한 북한의 ‘대남 삐라’. [NK뉴스 캡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연평도에서 발견했다고 11일 보도한 북한의 ‘대남 삐라’. [NK뉴스 캡처]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와 탈북단체 설립 허가 취소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 “탈북단체 허가 취소
집회·결사의 자유 노골적 침해”

NK뉴스 “연평도서 북한삐라 발견”
통일부 “정확한 날짜 확인해봐야”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 필 로버트슨은 이날 성명에서 “(탈북)단체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통일부의 발표는 국경 지역 안보와 대북관계 같은 애매한 호소로 정당화할 수 없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풍선에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것은 인권 존중에 헌신하는 한국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상대적으로 무해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단 살포가 판문점선언 정신을 위배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판문점선언이 북한의 끔찍한 인권 침해를 완전히 도외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적시했다.
 
미국도 북한 인권 문제에서 원칙을 견지했다. 국무부는 10일 ‘2019 종교 자유 보고서’에서 “미 정부는 관계 정상화를 하려면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명확히 해왔다”고 밝혔다. 전년도 보고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비핵화 외에 인권 상황도 북·미 관계 정상화의 조건이라고 명시했다.

관련기사

 
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자 단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가운데 연평도에서는 북한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전단이 발견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11일 보도했다. NK뉴스는 “연평도 해안에서 오늘 발견된 북한 전단은 색이 바랜 정도 등으로 미뤄 최근, 6개월 이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단에는 “보수역적 무리의 만고죄악”이라는 문구와 ‘적폐청산 국민행동연합’이란 표기가 있다. NK뉴스는 “북한의 전단은 종종 가상의 기관이나 단체 이름으로 돼 있는데, 남한의 좌파 성향 단체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규제하며 근거로 댄 게 4·27 판문점 합의라는 논리였는데, 보도가 사실이라면 합의를 어기고 남한을 비판한 건 북한이 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전단으로 보이는데, 입장을 내려면 정확히 언제 날아온 것인지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판문점선언 이후 북한이 대남 전단 살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반인권적 소지가 있는데도 북한을 의식해 전단 막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전단 및 페트병 살포 행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특히 수사 의뢰 근거로 전날 남북교류협력법의 위반을 든 데 이어 이날은 항공안전법과 공유수면법 위반까지 추가했다. 여당에서조차 “남북교류법 적용은 부적절하다”(홍익표 의원)는 비판이 나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쌀을 담은 페트병이 다시 남한 해역으로 돌아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공유수면법을 적용한 것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풍선을 ‘초경량 비행장치’ 중 기구류로 분류해 항공안전법 위반을 적용하려는 것도 비슷하다. 정부는 한술 더 떠 이참에 판문점 합의 비준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세계인권선언 19조와 정면충돌할 수 있다.
 
통일부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도 제약할 수 있다며 2016년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한 A씨가 경찰의 제지로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판결한 건 맞다. 하지만 통일부는 “‘그 제한이 과도하지 아니한 이상’ 제지 행위가 위법하다 할 수 없다”는 단서는 쏙 빼고 판례를 소개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위험을 유발하는 특정 행위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법으로 행위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최소 제한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정부는 전단 살포가 남북교류법 위반이라는 논리는 대지도 않았다. 도진기 변호사는 “정부가 당시에는 남북교류법으로 대항하지 않다가 이제는 그 근거로 고발까지 한 것은 상황 논리에 따라 법을 일관성 없이 해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김다영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