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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2년 후면 1000조"…文정부 임기 중 370조 급증

중앙일보 2020.06.11 18:47
2년 후인 2022년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정부 전망이 나왔다. 민간 연구소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현 정부 임기 중 국가채무 1000조원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23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를 넘어서겠다고 봤다.  
 
기재부는 지난 4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런 내용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 효과’ 보고서를 첨부했다. 지난해 발표했던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정한 내용이다. 올해 들어 세 차례 한 추경의 영향을 반영했다.
 
정부가 역대 최대 35조3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의안과에 관련 예산안 자료가 놓여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정부가 역대 최대 35조3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의안과에 관련 예산안 자료가 놓여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국가부채 1000조원을 돌파하는 시기는 연이은 추경으로 기존 전망보다 1년 앞당겨졌다. 지난해 8월 예산안을 짤 때만 해도 2023년이 돼야 국가부채가 106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기대를 밑도는 경제성장률과 세금 수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예산 쏟아붓기 등으로 기재부가 한 예측은 불과 1년도 안 돼 ‘공수표’가 됐다.  
 
기재부 분석에 따르면 1~3차 추경 영향을 반영했을 때 올해 국가부채는 840조2000억원, 내년 935조3000원으로 뛰다가 2022년 1030조5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다. 2023년이면 1134조2000억원으로 치솟는다. 매해 나랏빚이 100조원씩 늘어나는 무서운 속도다. 2000년 국가채무 총액(111조2000억원)과 맞먹는 액수의 부채가 해마다 더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올라가는 속도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기재부는 부채 비율이 올해 39.8%를 기록하고 2021년 42.1%, 2022년 44.2%, 2023년 46.4%로 상승하겠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수정 전망에선 당장 올해 부채 비율이 43.5%로 치솟는다. 이후 더 가파르게 상승해 2023년이면 51.7%로 50% 선을 웃돌게 된다.  
 
기재부는 2021~2023년 부채 비율이 40%대에 머물 것이란 이전 전망은 폐기했다. 3년 후면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이 한국 경제 전체가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점이다. 3차 추경은 실질 GDP 성장률과 물가 상승분(GDP 디플레이터)을 감안해 한국 경제가 올해 0.6%는 성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경제 예측을 하는 주요 국제기구는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가 다시 번지지 않는다면 -1.2%, 2차 확산을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2.5%로 한국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고 봤다.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가채무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올해 본예산을 짤 때부터 이미 정부는 재정 적자를 당연시했다”며 “정부는 3차 추경으로 경제성장률 반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지만, 나랏빚에 대한 인식은 너무 안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상황에 정부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더 많이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예측대로면, 문재인 정부의 재정 관리는 낙제점이다. 임기 내 국가부채 1000조원 돌파란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기재부 수정 전망에 따르면 문 대통령 임기 5년간 (2017년 말~2022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370조3000억원, 채무 비율은 12.9%포인트 급증하게 된다. 이전 어느 정권에서도 보인 적 없는 최악의 기록이다. 정부 기대보다 성장률이 낮고, 정부 수입은 줄고, 지출이 폭증하는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문 정부 임기 내 채무 증가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OECD 국가와 한국의 재정 상황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일본 등은 기축통화국인데다 고령화 진입 시점이 우리보다 빨라 복지 지출이 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기본소득제, 2차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뿌리기’ 정책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중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을 확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향후 국가채무 비율이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지금 논의되는 기본소득 등의 정책이 경제부처보다 정치권의 의지에 시행된다면 나랏빚은 더 많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기획재정부가 잇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오는 2022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겠다고 예상했다. [중앙DB]

기획재정부가 잇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오는 2022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겠다고 예상했다. [중앙DB]

 
국가채무 폭증은 현 정부가 미래 세대 부담에 대한 뚜렷한 대비책 없이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남발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고령화까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현 복지제도에서도 10~20년 뒤 엄청난 규모의 복지 지출이 전망되는 실정”이라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현재의 재정 포퓰리즘을 지속하면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하루속히 국가채무 비율 한도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국가재정준칙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ㆍ허정원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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