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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 10명 중 2명꼴 스트레스 심각…"즉각 도움 필요"

중앙일보 2020.06.11 18: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방역 최일선의 전사들이 번아웃(Burnout·탈진) 상태에 빠졌다. 몸은 축났고 감정적 피로도 호소한다. 실제 의료진 10명 중 2명꼴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무더운 날씨를 보인 8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교대를 한 의료진이 냉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무더운 날씨를 보인 8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교대를 한 의료진이 냉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설문조사
37.5% '건강상태 나빠져"…60% '정서적 고갈'

환자 대면 종사자 스트레스 커  

11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공동으로 경기도 내 의료·방역 대응팀 1880명(의료진 1600명, 현장대응팀 28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6.3%는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문항으로 구성된 ‘외상 직후 스트레스 측정도구(PDI)’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다. 
 
‘후속 모니터링(관찰)이 필요 없는 집단’은 10.7%에 그쳤고, 73%는 ‘재모니터링이 필요한 집단’으로 분류됐다. 즉각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성별로 따져보면 여성(89.5%)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대로는 30대(43.1%), 직종으로는 간호사(57.5%)가 많았다. 특히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업무자가 절반(50%)을 차지했다. 
 
의료·방역 대응팀의 경우 스트레스 구성 문항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 ▶슬픔과 비애 ▶뭔가를 더 할 수 없는 좌절과 분노 등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이 ▶다른 사람의 안전 걱정 ▶내 안전 문제로 무서움 ▶슬픔과 비애 등을 주된 스트레스로 느끼는 것과 달랐다.  
최일선의 의료·방역 대응팀의 트라우마 스트레스 조사 결과. 자료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최일선의 의료·방역 대응팀의 트라우마 스트레스 조사 결과. 자료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연구팀은 “지난 1월 20일부터 연속된 격무에도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 발생 자체에 상당한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5월 초중반부터 이어진 이태원발, 개척교회발 집단감염 사태로 ‘뭔가를 더 할 수 없어서 느끼게 된 좌절과 분노’에 대한 경험이 연결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보건소 공무원 '민원 대응' 어려움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3대 요인으로는 육체적 피로(45.3%)와 민원 대응(44.4%), 추가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 부재(41.4%)가 꼽혔다. 
 
연구팀은 “간호사의 경우 경제적 보상과 인센티브 부족, 보건소 공무원과 간호사 외 의료진의 경우 민원 대응이 육체적 피로보다 더 큰 스트레스 유발 상황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5명 발생한 11일 서울 양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5명 발생한 11일 서울 양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사 대상자 10명 중 4명(41.7%)은 사태가 터진 뒤 석 달 이상 코로나 업무를 맡고 있었다. 조사 시점이 5월 중순인 점을 감안하면 사태 초기부터 지금껏 투입됐단 얘기다. 이어 업무참여 기간은 한 달 이하(21.8%), 두 달~석 달(21.5%), 한 달~두 달(15%) 순이었다. 
 

10명 중 4명 건강사태 나빠져 

전반적인 건강상태 변화를 0점(변함없음)부터 10점(매우 나빠짐)까지 점수로 매긴 결과, 10명 중 4명(37.5%)은 ‘나빠졌다(6~10점)’고 응답했다. 
 
이런 응답자(417명) 중에는 여성(87.1%), 20대와 30대 등 젊은 층(20대 39.3%, 30대 32.9%)이, 의료기관(공공 34.0%, 민간 24.5%)보다 현장 대응 인력(41.5%)이 많았다, 직종별로는 간호사 47.7%와 보건소 공무원(36.9%)의 비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업무 기간과 건강상태 변화에는 통계적 연관성이 나타났다”며 “업무 기간이 길수록 해당 업무를 하면서 건강상태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최일선의 의료·방역 대응팀 가운데 10명 중 4명은 건강상태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자료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최일선의 의료·방역 대응팀 가운데 10명 중 4명은 건강상태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자료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정서적 고갈 정도를 점수로 측정한 결과 간호사(3.57점)가 가장 지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 공무원(3.47점), 기타 대응직(2.99점), 간호사 외 의료진(2.72점)이 뒤를 이었다. 
 
유 교수는 “업무가 지속되면서 정서적인 탈진 또한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육체는 물론 정서·심리적으로 번아웃되고 있는 것이다. 업무 여건을 개선하고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경우 즉각 도움을 받도록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감염 가능성’과 감염으로 생길 건강영향이나 피해에 대한 우려도 드러났다.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의 43.8%는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매우 높다+높다) 봤다. 10명 중 7명(68.1%)은 감염으로 인해 생길 건강 영향 및 기타 피해 등 결과가 심각하다고 (매우 심각하다+심각하다) 보고 있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은 일반인보다 감염 가능성을 약 3.53배 높게 인식하고 있다”며 “위기 상황의 필수 인력인 동시에 코로나19 감염위험이 높은 계층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선제적 검사 및 치료로 국민 안전에 이바지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바이러스 노출 취약층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생활방역은 방역과 감염병 치료가 자신의 업무 일상인 전국의 의료진 및 방역팀 없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이들 인력의 업무 환경이 더욱 안전하고, 더욱 공정하도록 사회적 투자와 지원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정신적 심리적 위험 신호에 조기 대응하도록 당국의 지원은 물론 전 사회적 연대감이 발휘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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