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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삭감한다더니…'회의 강제'로 바뀐 與 일하는 국회법

중앙일보 2020.06.11 15:47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 개혁과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 개혁과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76석의 거대 여당이 선택한 '일하는 국회' 개혁안의 핵심은 상시 국회와 선입선출(先入先出)식 법안처리를 골자로 하는 사실상의 '강제 회의'였다. 총선 전 공약으로 내걸었던 불출석 의원에 대한 '세비(歲費) 삭감'은 민주당이 11일 발표한 '일하는 국회법'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4·15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17일 민주당이 발표한 '정치개혁 부문 총선 공약'에는 불출석 의원에 대한 세비 삭감 등 페널티 도입 방안이 포함됐었다. 불출석 일수가 전체 출석 일수의 10~20%인 경우에는 세비 10%를 삭감하고, 20~30% 불출석인 경우에는 20%, 30~40% 불출석이면 30% 세비 삭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됐다. 
 
공약이었던 '세비 삭감'이 이번 초안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 단장인 한정애 의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좋은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회의가 아예 안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석에 대한 페널티를 우려해 아예 회의를 잡지 않는 '식물 국회'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의원은 대신 "회의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하고, 안 열리면 상임위원장에 대한 경고·교체 같은 정치적인 행위를 통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발제를 맡은 조응천 의원도 "'세비 삭감'은 정치혐오, 반(反)의회주의와 다름없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대신 회의 출석 상황을 매회의 다음날 국회 홈페이지에 공지되게 해 지역 주민들이 체크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 개혁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 연합뉴스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 개혁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 연합뉴스

 
9월~12월과 2·4·6·8월에 열리던 국회를 상설 국회로 바꾸는 내용도 민주당 '일하는 국회법' 초안에 포함됐다. 국회의장이 다음 해 의사일정을 미리 발표하도록 해, 여름·겨울 휴가 기간을 제외하고 1년 내내 국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본회의는 월 2회,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안소위는 각각 월 4회씩 여는 것도 의무 규정으로 두기로 했다.
 
법안 상정을 위한 절차도 바뀐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야 안건으로 상정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먼저 제출된 법안 순으로 회의에 오른다. "이렇게 되면 안건 갖고 싸울 일 없이, 회의가 자동으로 열릴 것"이라는 게 조응천 의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일하는 국회법'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토론회 시작 전 축사를 통해 "토론회에서 나온 말씀과 의원총회를 거쳐 조정한 뒤, 당론 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가 식물 국회, 동물 국회로 운영된 것은 거대 정당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만 취사선택해 선별적으로 국회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일하는 국회'도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야당을 설득하고 합의해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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