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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습관적으로 기억 안 난다 하나” 조국 5촌 조카 꾸짖은 재판부

중앙일보 2020.06.11 11:54
정경심 동양대 교수(왼쪽)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 강정현 기자,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왼쪽)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 강정현 기자, [연합뉴스]

“증인, 진술 거부는 자유지만 거짓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아시겠어요, 모르시겠어요?”
 
정경심(58)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하자 재판부가 보다 못한 듯 던진 말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에서 열린 정 교수의 공판에 조씨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씨는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먼저 신문을 맡은 검찰은 조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코링크PE에 정 교수가 차명 투자했다는 의혹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검찰 “정 교수가 증인에게 ‘동생도 같이 돈 넣을 것’이라고 했죠?”
조씨 “제 기억에 그런 얘기 못 들었습니다.”
검찰 “문자 볼까요? 밑에 보면 ‘동생이 5시 되냐 묻네요’ ‘어려울 것 같다네요’ 내용 있는데.”
조씨 “(정 교수의) 말씀이 기억 안 난다고 한 겁니다.”
검찰 “같이 만났잖아요.”
조씨 “같이 만났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조씨는 이 같은 검찰의 질문에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검찰이 그의 달라진 발언에 과거 검찰 조사과정에서 했던 진술을 확인하자 “당시 제 생각으로 답변 드렸던 것 같다”고 모호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조씨에게 위증죄가 될 수 있음을 세 차례나 고지했다.
재판부 “증인은 진술 거부권은 있는데요. 기억나는 사항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자꾸 얘기하는 게 객관적 사실과 다르면 위증죄가 돼요. 알겠습니까? 제 말 들으세요. 아시겠어요, 모르겠어요?”
조씨 “예예. 알겠습니다.”

재판부 “왜 습관적으로 기억 안 난다고 해요? 알겠어요?”

조씨 “네 알겠습니다.”

재판부 “거부권은 증인의 자유입니다. 근데 거짓말할 권리는 없어요. 알겠어요? 아시겠어요, 모르겠어요?”

조씨 “예예. 알겠습니다.”

 
조씨의 이 같은 진술은 오는 30일 자신의 1심 판결을 앞두고 불리한 정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씨는 코링크PE의 투자처인 2차 전지업체를 무자본 인수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정 교수와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씨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하면서 투자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코링크PE를 통해 차명 투자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정 교수가 조씨에게 넘긴 10억원에 대한 고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조씨가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회삿돈 1억5000만원을 정 교수에게 지급하는 등 두 사람이 공모해 횡령했다는 혐의도 있다. 두 사람은 또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의 청문회 국면에서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사모펀드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반면 정 교수는 자신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면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활동을 했을 뿐 조씨와 코링크PE의 관계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조씨는 자신이 코링크PE의 실제 운영자가 아니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실소유자들이 자신에게 혐의를 덮어씌웠다는 입장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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