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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반격, 시민이 판단…수사심의위 소집 설득전

중앙일보 2020.06.11 11:3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스1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기소의 타당성을 외부에서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한 가운데 11일 시민들이 위원회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이날 오후 부의(附議·논의에 부치다)심의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를 결정한다.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이재용,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검찰에 ‘반격’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2일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낸 바 있다.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혐의가 기소 대상인지를 검찰이 아닌 외부에서 판단해 달라는 취지다.
 
지난 2018년 도입된 수사심의위는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살펴보고, 사법처리 적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대검찰청 산하지만 법조계나 학계, 언론계 및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면, 부의심의위가 먼저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 부의심의위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 중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꾸려지는데, 검찰과 사건관계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평가를 내리겠다는 게 제도의 취지로, 이 부회장이 검찰에 맞서 내건 승부수의 관문인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뉴스1

검찰 “수사팀이 결정해야”…이재용 “제도에 사형 선고”

 
검찰 측은 이 부회장 관련 수사가 공정하고 정당하게 이뤄졌고,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재판 심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같은 점을 들며 기소 이후 이뤄질 재판의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사심의위 심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기소는 사실상 피의자에 대한 유죄의 낙인인데, 별도의 검증 없이 수사팀의 의도대로만 결정이 내려져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수사 심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제도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강조하며 “수사팀 의도대로 검증 없이 기소되면 그 자체로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국제 투기자본의 ISD 소송 등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라고도 주장했다.
 

시민들, 30쪽 의견서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 결정

 
부의심의위 단계에서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구두 진술은 허용되지 않는다. 양측은 오직 의견서를 통해서만 시민들에게 주장을 설명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사건 관련 영장실질심사 당시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만도 약 20만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각자 주장의 핵심을 지침상 A4용지 30쪽 이내 분량으로 제한된 의견서로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 때문에 양측은 의견서 표현 하나하나에도 상당한 고심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부의심의위가 소집 요청서를 대검에 보내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되면 검찰과 이 부회장 양측은 15명의 각계 전문가 위원들 앞에서 30분가량 구두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윤 총장을 협박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보수 유튜버 김상진씨는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지만, 시민 만장일치 의견으로 부결됐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11일 오후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신청인 측이 낸 의견서를 살핀 뒤 의결 절차를 거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할지 결정한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11일 오후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신청인 측이 낸 의견서를 살핀 뒤 의결 절차를 거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할지 결정한다. 연합뉴스

강제적 아니지만…존중하지 않으면 비판 불가피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이 있고, 강제성은 없어 검찰 수사팀이 반드시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수사심의위 단계로 가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수사심의위가 기소 처분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낸다면, 검찰은 1년8개월 동안 광범위하게 진행해 온 수사에 대한 지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다면, 제도 자체를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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