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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구조조정 후 '날으는 택시' 잡았다…코로나발 '카마겟돈'

중앙일보 2020.06.11 05:01 경제 3면 지면보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우버 엘리베이트 본사 1층에 전시 중인 우버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샌프란시스코=박민제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우버 엘리베이트 본사 1층에 전시 중인 우버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샌프란시스코=박민제 기자

#1. 지난 2월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우버 엘리베이트’ 본사. 입구에 있는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에 올라 가상현실(VR) 고글을 쓰자 눈앞에 ‘스카이 포트’(이착륙장)가 나타났다.   
 

글로벌 모빌리티 움직임은
완성차 대신 테크기업들 앞서가
미국 무인배송에 7조원 투자
“이종간 협업 몸집 불리기 가속”

수직으로 이륙한 eVTOL 아래로 샌프란시스코의 도로가 펼쳐졌다. eVTOL의 속도는 시속 150마일(약 240㎞/h). 혼잡한 도로로 2시간 걸리는 거리를 5분 만에 주파했다.
 
‘날으는 택시’로 불리는 eVTOL은 세계 최대 승차공유 기업 우버의 미래 전략인 ‘멀티 모달(multi-modal·앱 하나로 다양한 이동수단을 모두 이용하는 방식)’ 전략의 주축이다. 우버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8개 기업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보잉·카렘항공 같은 항공기 제작사부터 현대자동차 같은 완성차까지 협업한다.
 
우버는 상용화후 5년 내에 가격을 고급 택시인 ‘우버 블랙’ 수준으로 낮추고 장기적으론 일반 택시 수준까지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와이어트 스미스 우버 엘리베이트 사업전략 총괄은 “전기를 동력으로 하고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정익(일반 비행기처럼 날개가 달린 형태) 기체로 만들면 기존 헬기의 3분의1 수준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엑스(AutoX)’의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엑스(AutoX)’의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2. 다음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엑스(AutoX)’ 본사에선 ‘로보 딜리버리’(자율주행 배송)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었다. 중국 알리바바가 투자한 오토엑스는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주에 무인 자율주행차량 면허 신청을 냈다. 
 
현재 미국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면허를 가진 건 구글 웨이모 뿐이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최초로 오토엑스의 자율주행 차량을 체험했다. 운전석에 앉은 직원이 태블릿PC에 목적지를 입력하자, 과속방지턱을 만나자 속도를 알아서 줄였고, 행인이나 신호등을 인식해 스스로 멈췄다. 일반 차량이 고속으로 오가는 도로에도 자연스럽게 진입해 다른 차량의 움직임에 맞춰 자율주행을 해 냈다.  
주엘 리 오토엑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자율주행이 일반화되면 사람과 물건의 이동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카마겟돈’ 앞당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이 두 회사의 현주소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우버는 카풀(우버 풀 서비스)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고, 전세계에서 67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원했다. 주력 사업인 차량호출 수익이 악화하면서다. 
앞당겨진 ‘카마겟돈’, 도태되고 앞서가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당겨진 ‘카마겟돈’, 도태되고 앞서가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반면, 오토엑스는 지난 5월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일반 도로에서 승객을 태울 수 있고 시속 80㎞ 제한속도 내에서 일반 차량과 섞여 운행이 가능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있는 중국이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는 반면, ‘직격탄’을 맞은 미국은 뒤쳐지는 분위기다. 올해 ‘내비건트 리서치 자율주행 순위’에서 완성차 업체 중 1위(전체 2위)였던 포드는 “2021년 예정했던 레벨4 자율주행차 출시를 1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기업 신용등급이 코로나로 ‘정크’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완성차 연간 판매 감소 전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완성차 연간 판매 감소 전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포드와 함께 자율주행 테스트를 해 온 아르고가 시험운행을 무기한 중단했고,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연구·개발(R&D)부문 등 인력 감축안을 내놨다. 자율주행 트럭업체 스타스키로봇이 지난 3월 폐업했고 자율주행 핵심부품인 라이다(레이저로 차량 주변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 업체 벨로다인도 감원에 나섰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많은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모빌리티 투자를 중단하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며 “고정비가 들지 않고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테크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앞서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움직인다
손에 닿을 것 같았던 자율주행차는 멀어진 반면, 언택트(untact) 추세에 맞춰 무인 자율주행 배송은 빨라지는 분위기다. 최근 7개월간 미국 내 무인 배달차량 업체에 투자된 금액은 무려 60억달러(약 7조34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 와중에 중국 내 의료시설에 식료품과 의약품을 배송했던 네오릭스가 각광받고 있고, 기존에 여객용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던 GM 크루즈·포니닷AI·나브야·뉴로 등이 택배용 자율주행 목적기반차량(PBV·Purpose Built Vehicle)을 개발, 현장에 투입했다. 미국 아마존은 자율주행 R&D 투자 세계 9위인 스타트업 죽스(ZOOX)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어느 기업이 자율주행 투자에 앞장서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어느 기업이 자율주행 투자에 앞장서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코로나19가 ‘카마겟돈’을 앞당겼다”며 “생존을 걱정하게 된 업체도 많겠지만, 이종(異種)간 협업과 실력을 갖춘 기업의 몸집 불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실장은 “지금까지 최종 배송 단계인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자율주행 배송의 관심사였다면 앞으론 간선도로를 통한 ‘미들 마일(middle mile)’을 자율주행 PBV가 수행하는 모빌리티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험 주행 중인 자율주행 스타트업 ZOOX의 자율주행 차량. 유통 공룡 아마존이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ZOOX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험 주행 중인 자율주행 스타트업 ZOOX의 자율주행 차량. 유통 공룡 아마존이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ZOOX

샌프란시스코=박민제 기자, 서울=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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