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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의 신의 한수? '당권 찍고 대권' 이낙연이 코너 몰렸다

중앙일보 2020.06.11 05:00
이낙연 의원이 국무총리 시절이던 2018년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대화하는 모습. 두 사람은 차기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의원이 국무총리 시절이던 2018년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대화하는 모습. 두 사람은 차기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연합뉴스]

“대권 주자가 당대표 경선에 나가는 건 당에 도움이 안 된다.” (홍영표 의원)

“전당대회가 대권 경쟁 전초전이 되는 건 유감이다.” (우원식 의원)

 
차기 당대표 선출을 80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10일 ‘대선 후보 경계론’이 공식 발동했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우 의원과 홍 의원이 차례로 ‘대권·당권 분리 원칙’을 강하게 주장하면서다.
 
김 전 의원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듯한 태도인데, ‘당권 찍고 대권 도전’을 노리는 이낙연 의원이 수세에 몰렸다. 두 대선 잠룡(이낙연·김부겸) 간 대면이 미뤄지는 가운데 이날 당 내에선 “전당대회가 준비 시작부터 대선 전초전 양상을 띄고 있다”(핵심 당직자)는 과열 우려도 제기됐다.
 

고민 끝낸 김부겸

2주 넘게 잠행하며 대권-당권 사이에서 고심해온 김 전 의원은 이틀간 차기 당대표 출마군 2인(우원식·홍영표)과 연쇄 회동했다.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들의 의중을 조심스레 떠본 거다. 홍 의원은 이날 김 전 의원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이 이번 당대표에 출마하겠다면서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의 당권 도전은 여전히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전날 김부겸·우원식 회동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당대표 선출시 대권 포기”는 김 전 의원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투 트랙’ 전략이다. 자신의 “마지막 총알”이라는 차기 대권 도전 여지를 지우지 않으면서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거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이 책임이 있는데 어떻게 당대표를 7개월 만에 관두나. 나는 ‘된다면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홍영표·우원식에게) 말한 게 전부”라고 했다. 당대표가 되면 대권을 포기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재차 대권에 도전한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견제 고조

이대로라면 김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와 “2년 임기를 채우겠다”며 진정성 강조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다. 홍영표·우원식 중심으로 분출된 당권·대권 분리 압박이 자연스레 이낙연 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당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회의에서는 “지나치게 전당대회가 과열돼 대권 논쟁으로 가면 코로나19 위기와 이후 대처 논의가 묻힐까 우려된다”(진선미 의원)는 말이 나왔다. 당내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인 이 의원을 에둘러 비판하는 의견이다.
 
이 의원은 계속된 견제구에도 “예정대로 간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7개월 시한부 당 대표’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당권 접수 후 대선에 직행하겠단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는 이날 김 전 의원과 만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다 얘기를 하지 않았는가.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 측근인 이개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당권은 당을 이끄는 리더십이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당사자(이낙연)가 당권에서 배제되는 건 국민이 원치 않을 것”이라며 노선 유지를 시사했다. 이 의원은 11일 부산 지역 낙선인들과 만나 ‘식사 정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낙연 국난극복위원장(왼쪽)이 1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본부 K바이오K메디컬 TF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난극복위원장(왼쪽)이 1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본부 K바이오K메디컬 TF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외 잠룡도 분주

당권·대권 분리가 전당대회 최대 쟁점이 된 가운데 권력 구도 재편에 촉각을 곤두세운 외곽 잠룡들의 발걸음도 함께 분주해졌다. 지난 1일 대구·경북(TK) 지역 낙선자들과 2일 고향인 전북 지역 의원들과 식사한 정세균 총리는 9일 민주당 원내대표단 20여명을 총리 공관에 초청해 ‘매실주 회동’을 했다. “대권이니 당권이니 관심 없다”는 정 총리 페이스북 글에도 당내에선 “대권 광폭 행보”(민주당 보좌진)란 평가가 다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기동민·박홍근 등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 10여명을 불러 식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불거진 기본소득 논쟁을 주도하며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박 시장이 “전국민 고용보험이 기본소득보다 더 정의롭다”며 차별화 전략을 꾀한 걸 두고 당내에서는 “대선 이슈 선점 경쟁 개막”(재선 의원)이란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8월 29일 열린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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