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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골프의 디즈니 월드 된다

중앙일보 2020.06.11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오거스타 내셔널의 미디어 빌딩. [사진 오거스타 내셔널]

오거스타 내셔널의 미디어 빌딩. [사진 오거스타 내셔널]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골프장 인근 땅을 사들이고 있다. 지역 신문 오거스타 크로니클은 최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4월 골프장 인근 내셔널 힐스 쇼핑센터를 샀다”고 보도했다. 클럽 내부 일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특성 때문에 매매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매입 면적은 6만㎡(약 1만8000평)이며, 매입가는 2600만 달러(약 310억원)다. 오거스타 내셔널 부동산 거래액 중 최다다.
 

블랙홀처럼 클럽 인근 땅 사들여
지난 20년간 매입한 토지 100만㎡
호텔·골프장·리조트 건설 계획
2032년 100주년 땐 골프메카로

이에 앞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3월에 골프장과 붙어 있는 간이 하우스 5채를 220만 달러에 샀다. 또 골프장 근처 패스트푸드점 웬디스 부지를 600만 달러에 매입했다. 2018년 초에는 11만3000㎡(약 3만4000평) 규모의 워싱턴 스퀘어 쇼핑센터를 2000만 달러에, 같은 해 말에는 5만7000㎡짜리 퍼블릭스 쇼핑센터를 2100만 달러에 샀다. 오거스타 골프장이 주변 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도 골프장 측은 거침없다.
 
클럽하우스. [AFP=연합뉴스]

클럽하우스. [AFP=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도에는 골프장 절반 크기의 대형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의 집들을 찾아다니며 가격 협상을 했다. 시 당국 도움으로 길도 새로 내고 오거스타 내셔널의 페어웨이처럼 깔끔한 주차장을 만들었다. 13번 홀 전장을 늘리기 위해 옆 골프장 페어웨이를 ‘거절할 수 없는 가격’에 샀다는 보도도 나왔다. 개인 소유 자투리땅도 감정가의 3~6배에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20년간 골프장이 산 인근 땅이 100만㎡에 달한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골프장 입구까지 가는 큰 길가 건물과 토지 대부분을 골프장이 소유하고 통제한다.  
 
VIP 호스피탈리티 센터인 버크맨스 플레이스. [사진 오거스타 내셔널]

VIP 호스피탈리티 센터인 버크맨스 플레이스. [사진 오거스타 내셔널]

새 건물도 짓고 있다. VIP를 위한 호스피탈리티 건물인 버크만스 플레이스는 2530평의 건물에 고급 레스토랑이 세 개 있는데, 다 공짜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첨단 시설을 갖춘 새로운 미디어 빌딩도 세웠다. 기념품을 파는 머천다이즈 숍도 두 배 크기로 신축했다. 골프장 대로 건너에 대규모 글로벌 방송 컴파운드를 건설했고, 지하 터널을 뚫어 골프장과 연결했다. 일 년에 딱 일주일 마스터스 기간에만 쓸 시설이라는 걸 고려하면 대단한 투자다.
 
일각에서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인근 부동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른다. 과거 골프장 인근은 낙후돼 슬럼화됐는데, 이를 사들여 길을 넓히고 깔끔하게 정돈하는 것이다. 골프장 측은 도시 정비 이상의 원대한 계획을 하고 있다.  
 
포브스는 골프장 100주년인 2032년 전까지 역대 챔피언 등이 묵을 호텔을 짓고 일반인을 위한 리조트도 만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 퍼블릭 골프장을 만들어 일반인이 이용하게 하고, 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골프의 디즈니 월드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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