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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도 체벌은 안 돼” 민법서 자녀 징계권 없앤다

중앙일보 2020.06.11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
 

915조에 “필요한 징계 할 수 있다”
아동학대 정당화 수단 이용돼
법무부, 법 개정안 국회 내기로

민법 제915조에 나오는 부모의 자녀 징계권 규정이다. 법무부가 1958년 민법 제정시 만들었던 이 조항의 삭제를 추진키로 했다. ‘징계할 수 있다’는 조문이 교육적 목적을 넘어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되면서 아동학대 정당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부는 10일 “부모의 체벌로 인해 자녀가 숨지는 등 아동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민법에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이 “때린 게 아니라 훈육 차원이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9살 남아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 가해자인 40대 의붓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거짓말을 해 훈육 목적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남 창녕에서도 9살 여아가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됐다.
 
갈수록 늘어나는 아동학대

갈수록 늘어나는 아동학대

정부는 지난해 5월에도 자녀 징계권의 삭제를 추진했지만 “사랑의 회초리는 필요하다”는 여론에 밀려 실행하지 못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 법 제정 때만 해도 ‘미성년자인 자녀는 아버지의 친권에 복종한다’는 규정이 있을 정도로 가부장적인 시대였다”며 “2005년 아버지뿐 아니라 부모가 친권자가 되고, 친권을 행사하는데 자녀의 행복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음에도 징계권만은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체로 징계권이 삭제된다고 해서 부모의 훈육 자체를 막는 건 아니라고 해석한다. 민법 제913조에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서다. 다만 ‘필요한 훈육’의 기준이 뭔지, 부모의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편차를 보였다.
 
아동 권리를 위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학대 금지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해에 이르는’ ‘아동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등을 처벌의 기준으로 삼다 보면 이보다 경미한 수준의 체벌은 가능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단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용인되는 수준의 훈육에서 시작하지만 이게 반복되다 아동 학대로 발전한다”며 “아동의 입장을 담은 개정 시안을 만들어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체적 학대가 금지돼야 한다는 대전제를 법률로 규정하되 필요한 훈육에 대해서는 따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소영(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민법은 큰 원칙을 정하는 법이라 체벌 금지를 어디까지 금지할지를 구체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의 훈육에 대해서는 단서 조항으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아동학대로 인정한 정도의 체벌은 민법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육교사의 신체 체벌과 언어폭력은 법적으로 명백한 처벌 대상이 됐다”며 “개정안에 최소한 이 정도의 체벌은 부모라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2일 아동 관련 기관 간담회를 열고 아동 인권 전문가 및 청소년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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