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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집 보유자를 무주택자로 인터뷰…PD수첩 ‘행정지도’

중앙일보 2020.06.10 22:51
지난 2월 11일 방송된 ‘PD수첩’의 한 장면. MBC 캡처

지난 2월 11일 방송된 ‘PD수첩’의 한 장면. MBC 캡처

서울의 9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한 20대를 무주택자인 것처럼 편집해 조작 논란을 빚은 MBC ‘PD수첩’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권고’를 의결했다. ‘권고’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로, 해당 방송사에 대해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방심위는 10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제작진이 취재원의 신분을 속인 것은 맞지만, 인터뷰 내용이 무주택자의 설움을 전하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아 ‘조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PD수첩은 지난 2월 11일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에서 수도권 일대의 무주택자와 그들의 고민을 소개하면서 서울의 9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한 20대 주부 김모씨를 무주택자인 것처럼 편집해 내보냈다.  
 
방송에서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거주 전세자로 나온 김씨는 “정말 뼈저리게 느꼈죠. 정말 샀으면 이것도 한 1억2000만원이 올랐을 텐데…”라고 아쉬워한다. 그러면서 “자기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집을 사야 된다 그러는데…”라고 한 뒤 ‘그때까지는 아이를 낳지 않고요?’라는 제작진 질문에 “네”라고 답한다. 김씨가 무주택자라고 소개된 것은 아니나, 소유 주택이 없어 출산까지 고민하는 여성처럼 묘사됐다.  
 
하지만 방송 직후 디시인사이드 부동산갤러리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씨가 실제로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9억원대 아파트 소유자라고 반박하는 글들이 올라오며 논란이 됐다.  
 
논란이 일자 PD수첩 제작진은 입장문을 내고 “취재 중에 김씨가 인터뷰 하루 전 소형 아파트 매수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점을 인지했다”면서 “김씨 요청에 따라 계약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MBC는 담당 PD에 감봉 징계를 내렸다.
 
심의위원들 사이엔 조작이다 아니다를 놓고 의견이 오갔다. 전광삼 방심위 위원은 “조작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제작진이 편의주의적인 생각에서 추가 취재원을 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미숙 방심위 위원장은 “(김씨가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밝혀야 할 사실을 밝히지 않음으로 시청자의 오해를 만든 사안”이라면서 “(김씨가 계약금만 납입하고 중도금·잔금을 치르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유주택자는 아니지만, 무주택자로 소개된 방송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종의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이날 방송심의규정 제14조 객관성, 제19조 사생활보호 3항 위반을 인정해 심의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주의’·‘경고’·‘관계자 징계’와 같은 법정제재는 향후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지만, 행정지도의 경우 직접적 감점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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