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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살포, 교류협력법 위반"이라는 통일부···北눈치보기 논란

중앙일보 2020.06.10 19:56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을 날려보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을 날려보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통일부가 10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단체 두 곳에 대해 설립 취소와 더불어 경찰 수사 의뢰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정부의 이런 조치가 적법한 것이냐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통일부는 이날 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유권해석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행법상 규정을 보면 반출은 ‘남북 간 물품의 이동을 말한다’고 돼 있다”며 “전단 살포나 페트병을 통한 물품 살포 등은 반출 조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가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상 대북 물품의 ‘반출ㆍ반입’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당 법은 제2조에서 ‘반입ㆍ반출’을 ‘매매ㆍ교환ㆍ임대차ㆍ사용대차ㆍ증여ㆍ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전단 살포는 보내는 사람만 있고 수신인은 없어서 거래를 의미하는 매매, 교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같은 법 제13조(반출ㆍ반입 규정)도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품의 품목ㆍ거래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승인 요건을 채우는 것은 고사하고 바람이나 강물 등 자연을 이용해 흘려보내는 방식까지 반출에 해당한다고 보면 지나치게 법조문을 확장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개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개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법원은 아직 대북 전단 살포의 정의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을 한 적은 없다. 2016년 판례에서 ‘대북전단을 대형풍선에 실어 날리는 행위’를 ‘대북 전단 살포’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전단 살포가 단순히 전단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쌀, 이동식 저장장치(USB), 달러, 라디오까지 전단을 넘어서 날아가는 기술도 다양해졌다”며 “열풍선에서 드론 얘기도 나오기 때문에 바뀐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날 탈북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갑자기 위법으로 판단하게 된 배경에 “사정 변경이 있었다”며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4·27에서는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한다고 합의했다”며 “두 분 (정상)이 어렵게 모처럼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사항에 정면 위배라는 걸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서명한 판문점 합의에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통일부 설명은 전단 살포를 위한 ‘수단을 철폐’ 한다는 부분이 이번 단체 설립 취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이 같은 해석은 정상 간 합의를 국내 법규와 동일하게 보겠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일 수 있다. 헌법상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건 국회의 비준ㆍ동의를 필요로 하는 조약이다. 남북 간 정치적 합의에 대해선 지금까지 법원도 “조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유지해왔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에서 헌재는 2000년 “(해당 합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고, 법률이 아님은 물론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문점 선언뿐 아니라 6·15, 10·4 공동선언 등 남북 정상 간 합의와 관련해 국회 비준·동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번 나왔던 이유다.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서도 2018년 “국회의 비준ㆍ동의가 필요한 조약 수준의 합의를 해놓고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헌재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적이 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의 성격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은 채 “가처분 신청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기각 결정을 했다.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에 통일부 당국자는 “법규성을 논하기 이전에 합의를 준수하고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껴갔다.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북전단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는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연합뉴스]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북전단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는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연합뉴스]

 
통일부가 이번 조치의 근거로 인용한 2016년 대법원의 판례도 초점이 다소 다르다는 지적이다. 당시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라면서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통일부가 이날 설명한 두 단체 설립 취소의 근거는 “정부의 통일 정책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당국자는 “두 단체에 설립 허가를 할 때 단체의 활동이 정부의 통일정책 추진 환경을 저해한다고 판단할 때는 취소한다고 조건을 부과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는 언제든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조치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와 탈북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성명을 발표한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북 저자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전략적 자세로 봐달라”고 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을 비난하고 위협한 북한에는 침묵하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해 온 단체를 해산시키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18 인권보고서’ 등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비판을 저지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정부 조치가 국제적으로 탈북 단체들에 대한 탄압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지점이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법규에 의해 적법하게 설립된 단체를 취소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단체들과 논의해 향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수·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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