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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좀비'가 된 싸이월드, 보호받지 못한 '내 데이터 이동권'

중앙일보 2020.06.10 18:07
싸이월드 옛날 화면. [중앙포토]

싸이월드 옛날 화면. [중앙포토]



누적 가입자 2600만명, 월간 순 이용자 1400만명, 페이지뷰 6억건. 
2012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싸이월드의 성적표다. 당시 국내 인터넷 이용자 70%가 쓰는, 최강의 SNS였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한 이후 '싸이'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년 전부턴 직원들 임금을 제대로 못 줘 소송이 걸릴 정도로 생존이 위태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명맥은 유지하는 탓에 ‘좀비 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용자들이 “제발 내 사진과 글이나 좀 다운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할 정도다.
도대체 싸이에 올린 내 글과 사진은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일까. 전 국민이 SNS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 하는 시대, 제2의 ‘싸이’가 나온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무슨 일이야?

· 싸이월드가 지난달 26일 국세청에서 폐업 처리됐다. 
·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세금을 미납해 직권 폐업됐는데 서비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10월에도 접속 불가 사태를 겪었다. 과기정통부가 나서서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했다.  
· 하지만 10일 현재도 여전히 접속이 잘 안 되고 사진과 글을 백업하기에 어려운 상태다.  
 

이게 왜 문제야?

· 프리챌이라는 전례가 있어서다. 1세대 인터넷 커뮤니티로 인기를 끌던 프리챌은 2013년 1월 17일 초기화면에 “커뮤니티 서비스를 2월 18일 이후 종료하니 자료를 백업하라”고 공지했다.  
· 당시 프리챌은 사용자가 자료를 백업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다운로드할 수밖에 없었다. 접속도 불안정했다. 결국 상당수 이용자는 백업을 포기했다. 싸이월드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무책임, 법적으로 문제없나?

기업이 약관에 정해진 절차를 따랐다면 문제가 없다.  
· 프리챌 이용자는 2014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해 글과 자료를 내려받을 수 없어 손해를 입었다”며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다. 
·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30일 전에 서비스 중단을 공지하도록 한 해당 약관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프리챌 커뮤니티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됐고, 영리 사업자에게 무상 서비스 제공을 강제할 수는 없으므로 이용자는 사업자의 경영상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음을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10일 “이용자가 요구하면 기업은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 제공 방법까지 법률이 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30일 전에 이용자에게 종료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며 “지금은 전제완 대표가 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제완 대표는 누구?

싸이월드 대표로 돌아온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씨가 2016년 서울 역삼동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싸이월드 대표로 돌아온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씨가 2016년 서울 역삼동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 프리챌 창업자 출신이다. 2016년 7월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 국내 대표 SNS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고 2017년 삼성그룹 내 벤처 스타트업 투자법인으로부터 5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뉴스큐레이션 서비스 ‘큐’, 암호화폐 ‘클링’ 등을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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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SNS는 어때?

글로벌 SNS들은 상시로 자신의 자료를 백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 페이스북은 앱 내 설정에서 ‘내 정보 다운로드’ 기능을 만들어놨다. 게시물, 사진과 동영상을 언제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도 데이터 사본 다운로드하기 기능을 지원한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 유럽에선 '데이터 주권' 개념 중 하나인 개인정보 이동권이 발달했다. ‘디지털 수몰민’(인터넷 서비스 종료 후 해당 사이트에 있는 개인 자료를 잃어버리게 된 사람)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유럽연합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정보 주체(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제공한 본인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제공 (파일 다운로드 등)받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이전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블로그나 카카오톡 등은 게시글이나 대화 내용 백업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앱 내 설정을 통해 자기 사진과 글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앱 내 설정을 통해 자기 사진과 글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제2의 싸이 사태' 막으려면?

유럽식 정보이동권 강화도 가능한 해법이지만, 기업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가 있다. 
·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약관을 꼼꼼히 보고 미리 자기 데이터는 자기가 잘 보관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 강현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현행법상 SNS 업체가 이용자에게 정보를 다운로드 해줘야할 강제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도 정보이동권 도입을 위한 논의는 많이 이뤄졌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무료로 서비스하는 SNS 사업자에게까지 확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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