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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욕도 쏙 들어갔다…"Fed에 대들지말자" 코로나 반성문

중앙일보 2020.06.10 17:03
미국 워싱턴 소재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중앙은행 격인 Fed는 9~10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소재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중앙은행 격인 Fed는 9~10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로이터=연합뉴스

 

“중앙은행에 파워가 있던 시대는 끝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수석 경제 칼럼니스트인 그렉 입이 지난 1월15일자로 쓴 분석 기사의 제목이다. 미국 경제를 25년간 분석해온 그는 이 글에서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쇠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중앙은행의 주무기인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조정한 이상, 별다른 카드가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전이었다. 베테랑 칼럼니스트도 코로나19는 예상 못 했다.  
 
코로나19 이후, “Fed에 대들지 말아라(Don’t fight the Fed)”는 월가(街)의 격언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3월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선언하고 금리를 0으로 끌어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무제한 돈풀기에 나선 셈이다.  
 
제롬 파월(왼쪽) 현 Fed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의장. 코로나19 이전의 사진이다. 요새 파월 의장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왼쪽) 현 Fed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의장. 코로나19 이전의 사진이다. 요새 파월 의장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AFP=연합뉴스

 
Fed 덕에 시중에 풀렸지만 갈 곳을 모르는 돈은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미국 뉴욕증시의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연이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9일(현지시간) 9953.75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사상 최초로 1만선까지 뚫는 기염도 토했다. Fed를 믿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시중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증시 담당 국장인 사비타수브라마니안은 8일 “S&P500이 급상승하리라고 예상 못했다”며 “증시 폭등은 Fed의 부양책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BofA는 이어 S&P500의 연말 목표치를 2600에서 2900으로 조정했다.  
 
미국 주식 시장이 실물경제와 역행하는 디커플링 현상 뒤엔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가 있는 셈이다. 실물경제 지표는 한결같이 나쁘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 -5.0%로 역성장한 데 이어 2분기는 더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발표된 실업률도 16.3%(당초 노동부 발표 13.3%는 오류)를 찍었다.  
 
그런 Fed가 9~10일 이틀간에 걸쳐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를 열고 있다. Fed의 수뇌부가 모이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마이너스 금리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어떤 추가 부양책들이 나올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FOMC 결과에 따라 미국에 이어 한국 주식 시장까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Fed는 10일 오후2시(한국 11일 새벽1시)께 기자회견을 통해 FOMC 회의 결과 요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벤 버냉키 의장 시절의 FOMC 회의 모습. [위키피디아]

벤 버냉키 의장 시절의 FOMC 회의 모습. [위키피디아]

 
Fed가 코로나19 시대 금융 소방수로 맹활약하면서 미국 정계의 비판도 일단은 쏙 들어갔다. 앞서 Fed에 대해선 공화당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강했다. 한때 공화당 대선 주자로도 거명됐던 론 폴 전 하원의원은 아예 『Fed를 끝내라(End the Fed)』라는 책까지 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Fed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미쳤다” “파월 의장을 해고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문제는 Fed”라는 표현을 써가며 공개 비난했었다. 지난해 얘기다. 코로나19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라고 압박하고는 있으나 지난해처럼 거친 언사는 동원하지 않고 있다.  
 
Fed와 파월 의장의 고민은 그러나 여전히 깊다. 제로 금리를 채택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 실탄은 떨어져 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불을 끈 뒤에도 Fed의 독립성과 존재 이유에 대한 논란은 되살아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오른쪽) 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오른쪽) 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 취임 후인 2017년 3월 발간된 Fed의 한 보고서는 이런 고민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서 Fed는 “정치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중앙은행들이 경제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는 실증적 연구들이 있다”고 적었다. 쉽게 풀이하면 “정치인과 정부는 Fed에 개입하지 말아라”는 요청인 셈이다. 사업가 대통령의 연임 여부가 걸린 11월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Fed는 여러모로 도전을 받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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