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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극찬 '대기업 리쇼어링 1호', 100억 지원금 못받은 속사정

중앙일보 2020.06.10 16:45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 부구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현대모비스는 유턴기업 지원법 제정 이후 (돌아온 기업 유턴 중) 양과 질에서 모두 최고”라며 “어려운 시기에 유망 기업의 국내 유턴은 우리 경제에 희망을 준다”고 극찬했다.  
 
현대모비스는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에 관한 법률’(유턴기업 지원법) 제정 이후 처음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은 대기업이었다. 해외 생산 시설을 국내로 들여오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이 유턴기업으로 지정되면 최대 100억원의 국고 보조금을 비롯해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까지 극찬했던 ‘1호 유턴 대기업’이 유턴의 최대 혜택이라 할 수 있는 100억원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2013년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한 뒤 대기업이 법 적용 대상이 된 건 이 공장이 유일하다.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2013년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한 뒤 대기업이 법 적용 대상이 된 건 이 공장이 유일하다. 사진 현대모비스

‘100억원 국고 보조금’ 못 받는 현대모비스 

유턴 기업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원은 행정 규칙인 ‘지방자치단체의 지방투자기업 유치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기준’(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라 이뤄진다. 이 고시 제11조 2항에는 지방 투자 유턴기업이 국가 보조금을 받기 위한 요건이 적시돼 있는데 ‘투자사업장의 상시 고용인원이 20명 이상’이어야 한다.
 
현대모비스가 심사에서 탈락한 건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였다. 고용인원 400명, 연관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1000명 가까운 고용 효과가 있다지만, ‘상시 직접 고용’ 규정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생산공장은 모두 전문 생산업체에 위탁해 운영한다. 현대모비스 직원은 연구개발, 영업 등만 맡고 생산과 관련한 업무는 전문업체가 맡는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울산 현대모비스 직원 가운데 지원을 위해 전환배치되는 인력이 20명이 넘지만, 산업부 심사에서 이를 신규 상시고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오는 7월 완공하면 시험 생산을 거쳐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간다. 울산=김영주 기자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오는 7월 완공하면 시험 생산을 거쳐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간다. 울산=김영주 기자

산업부 측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 보조금 지원의 법적 근거가 되는 고시에 20명 상시고용 요건이 들어있는데, 모비스만 유연하게 적용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대모비스가 ‘1호 유턴 대기업’ 지정이 취소된 것도 아니고, 지자체 세제 혜택이나 법인세 감면 같은 다른 혜택은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인세 감면도 법 개정 상황 봐야” 

현대모비스가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유턴 기업의 법인세 감면을 위해 만족해야 하는 ‘해외 사업장 생산량 50% 이상 감축’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울산 전기차 부품 공장을 지으면서 해외 사업장 생산량을 40%가량 줄였다. 법이 개정되면 감면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산업부 측은 “기획재정부가 경과 규정(법 개정에 이후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법인세 감면은 해당 법인이 실제 사업을 시작해 회계 연도를 마쳤을 때 이익을 내면 적용하게 된다. 이르면 7월 준공하는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 공장은 내년 초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울산시는 일단 이 공장에 전기세 감면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모비스 공장이 해외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돌아온 게 아님에도 정부가 유턴 기업으로 지정해 줘서 다른 규정도 유연하게 적용될 것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유연한 법 규정 적용 필요”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턴 기업 지원법 제정 이후 중소기업들이 보조금을 부당 수령하거나 실제 고용을 하지 않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상시고용 20인’ 기준을 마련한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고용 유발 등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규를 유연하게 해석해야 유턴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현 렉서스 미야타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 도요타는 2015년 북미공장에서 생산하던 렉서스 SUV 물량 일부를 국내로 돌렸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이 큰 도요타의 상황과 유럽, 미국이 주력시장인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사진 렉서스

일본 후쿠오카현 렉서스 미야타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 도요타는 2015년 북미공장에서 생산하던 렉서스 SUV 물량 일부를 국내로 돌렸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이 큰 도요타의 상황과 유럽, 미국이 주력시장인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사진 렉서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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