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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의 "간부 중징계" 요구에 딜레마 빠진 윤석헌 금감원장

중앙일보 2020.06.10 14:28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제 막 임원진을 새로 갖추고 남은 임기 1년을 새롭게 시작하려던 차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감원 간부 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해서다.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 중인 가운데 윤 원장으로선 부하 직원을 중징계 하기에도, 청와대 요청을 묵살하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감찰 끝낸 靑, "간부 2명 중징계" 요청 

1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최근까지 넉달간 이어온 금감원 감찰의 결과로 금감원 간부 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은행담당 부원장보와 당시 일반은행검사국장이 대상이다. 민정수석실은 이들이 2018년 10월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의 고객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변경 사실을 적발하고도 해당 은행을 봐줄 목적으로 여태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 펀드(DLF) 같은 굵직한 금융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이를 먼저 처리하느라 조치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해당 사실을 조치하기에 앞서 법률 검토 작업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징계를 요청했다.
 
청와대 전경. 뉴스1

청와대 전경. 뉴스1

 

"월권" 비난 있지만…윤석헌 '징계 여부' 현실 과제 

금융권에선 민정수석실의 징계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장과 임원에 한정된다. 공공기관인 금감원의 경우 원장과 감사, 2명만 감찰 대상이다. 금감원 부원장보와 국장급 감찰은 권한 밖이다. 애당초 민정수석실이 윤 원장을 겨냥해 감찰에 나섰다가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하자 부하들로 화살을 돌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헌 원장에겐 해당 직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현실적 과제가 남았다. 윤 원장 입장에선 징계 처분을 내리기도, 민정수석실의 요청을 묵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징계해도 안 해도 부담…"시험대 들었다" 

만약 윤 원장이 이들 직원을 징계한다면 이는 민정수석실이 지적한 금감원의 '봐주기 검사' 행태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지난해와 올해 DLF 사태에 관련 은행장·기관 중징계를 밀어붙였던 은행검사 라인의 간부급 직원을 이제와 문책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크다. 아직 1년 임기가 남은 윤 원장 입장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스스로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감찰 결과로 내려보낸 징계 요구를 모른 척하기도 어렵다. 징계 결정권은 윤 원장에게 있다지만, 혹여 이를 거부했다간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마음을 먹으면 어떤 식으로든 지적 사항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럼 결국엔 또 다른 직원들이 다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및 금감원 부원장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및 금감원 부원장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금융위원회

 
지지부진했던 부원장 인선을 마무리짓고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신임 의사를 공고히 확인받은 최근 상황 역시 윤 원장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어떤 선택을 하든 기회비용을 치러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윤 원장이 제대로 시험대에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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