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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형 코로나 뉴딜, 디지털만 능사는 아니다

중앙일보 2020.06.10 00:45 종합 29면 지면보기
함인선 건축가,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함인선 건축가,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미국인들에게 아파트는 한국처럼 인기 있는 주거 형태가 아니다. 단독주택 동네에도 공원, 커뮤니티 시설, 열린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계획의 성과다.
 

디지털 확대, 일부만 혜택 볼 수도
도시재생 확장·계승하는 뉴딜을

1965년 설립된 미국 주택도시개발청(HUD)이 연방 자금을 투입해 도시 빈민 주택지를 개량하면서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아파트 단지에 가야 그나마 넉넉한 녹지와 공동시설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이렇게 바꿔보자는 것이 이 정부가 내건 ‘도시재생 뉴딜’이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뉴딜이 등장했다. 디지털 및 비대면에 중점을 둔 이른바 ‘한국형 뉴딜’이다. 그래서인지 여당 대표는 ‘코로나 뉴딜’이라 표현했고, 경제부총리는 기존 토목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성 뉴딜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토건 위주인 도시재생 뉴딜은 접는다는 뜻인가. 말대로라면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자꾸 접두사를 붙이다 보니 뉴딜이 산업정책으로 읽히는 것이 문제다. 앞선 정부의 ‘녹색 뉴딜’ ‘스마트 뉴딜’이 그랬다. 뉴딜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인 동시에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공정거래(Square Deal)에서 시작해 트루먼 대통령의 페어 딜(Fair Deal)을 거쳐 존슨에 이르는 국가 주도 사회복지혁신 플랜의 총칭이다. 노동·의료·교육 개혁을 망라했으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그 효과 중 하나였다. 아이템만 디지털로 바뀐 경제 대책이라면 민망하다.
 
둘째, 코로나 뉴딜이라 했지만 ‘비대면=디지털’에 그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공간적 격리로 인해 계급 분화와 격차가 더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디지털 기반 확대로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 계급만 덕 볼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뉴딜이라면 기술과 산업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와 공간의 문제도 아울러서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이번 뉴딜은 앞선 도시재생 뉴딜을 확장·계승하는 것이 옳다. 도시재생 뉴딜에는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생긴 공간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사회적 아젠다가 들어 있다. 이에 더해 비대면 시대의 공간 격리로 인한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까지 담아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뉴딜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배제의 공간’ 가능성은 더 커졌다. 르네상스 시대 ‘광인들의 배(Das Narrenschiff)’로부터 근대 종합병원의 시작인 구빈원(救貧院)에 이르기까지 역병에 의한 격리 공간의 역사는 길다. 격리뿐 아니라 공간을 뺏는 것도 배제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이 폐쇄되면서 많은 노인이 끼니와 만남의 공간을 잃었다. 이런 것까지 보듬어야 진정한 코로나 뉴딜이다.
 
아울러 급격히 변할 도시 내부 공간 수요에 대응하는 뉴딜이어야 한다. 비대면 시대에 오피스 등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지만, 주거 및 생활공간은 증가할 것이다. 도시재생의 일환인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통해 기성 주거지의 품질을 높이고 오피스를 도심형 주거로 전환할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녹지와 공원, 의료시설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서울 자치구별 1인당 공원면적은 종로구가 16.2㎡인데 금천구는 0.89㎡에 불과하다. 병원은 강남구가 2619개인데 도봉구는 364개뿐이다. 역설적이지만 해결 방안도 코로나가 제공할 수 있다. 이동량이 줄면서 차량을 위한 공간도 줄고 남는 차로와 주차장은 녹지나 공공시설 터로 활용이 가능해졌다.
 
디지털도 경제도 다 좋다. 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뉴딜이면 더 좋겠다. “나는 어린이를 교육하고 배고픈 이에게 밥을, 집 없는 이에게 집을 준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존슨 대통령의 말이다.
 
함인선 건축가,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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