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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미국의 국제 신용카드 독점…중국산 모바일 페이가 흔든다

중앙일보 2020.06.10 00:33 종합 24면 지면보기

미·중 금융 패권 경쟁과 중국의 디지털 도전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비자·마스터카드 등 미국 신용카드가 수 십년간 해외여행의 필수품으로 장악했던 국제 결제 시스템도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면 해외 결제 기능을 장착한 알리페이(Alipay)나 위챗페이(Wechatpay)만 손에 든 중국인 여행객이 돌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중국식 모바일 금융 플랫폼과 미국 주도의 국제 신용카드 시스템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에 진출하려는 한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미·중 금융 전쟁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은 국제 신용카드와 비교해 수수료 적고, 편리하며 혁신적인
모바일 국제 결제 플랫폼 앞세워 ‘디지털 실크로드’라는 이름의
위안화 국제화 수단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수년간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성장과 혁신은 자국 내 결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모바일 국제 결제 플랫폼은 국제 신용카드와 비교해 수수료가 적고, 편리하며 각종 혁신성이 돋보인다. 이를 체험한 젊은 개별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국제 신용카드의 독점적인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도 저렴한 수수료,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혁신 서비스를 앞세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중국에 밀리는 실정이다.
 
비은행 모바일 결제의 대표 주자인 알리페이는 국제 결제의 새로운 표준 선점에 나섰다. 중국 당국도 지난 2015년 실시간 위안화 국제결제 시스템인 CIPS(China Inter-border Payment System)를 구축하며 지원에 나섰다. ‘디지털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위안화 국제화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베이징 한인촌의 재래시장인 왕징제다오(望京街道) 종합 야채 시장의 야채매대에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QR 코드가 붙어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비접촉 방식의 모바일 결제가 현금을 거의 완전히 대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포토]

베이징 한인촌의 재래시장인 왕징제다오(望京街道) 종합 야채 시장의 야채매대에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QR 코드가 붙어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비접촉 방식의 모바일 결제가 현금을 거의 완전히 대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포토]

우선 신용카드 보급이 더딘 동남아 공략에 주력했다. 2015년 인도 페이티엠(paytm)의 지분 40% 확보를 시작으로, 2016년 태국 트루머니(true money), 2017년 한국 카카오페이, 필리핀 지캐시(GCash), 알리페이홍콩(AlipayHK), 말레이시아 터치앤고(Touch’n Go), 인도네시아 다나(DANA), 2018년 파키스탄 이지파이사(easypaisa), 방글라데시 비캐시(bKash)까지 9개국 12억 명의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막대한 자금력과 QR코드 등 중국에서 수년간 축적한 서비스 경험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였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는 국제 결제의 자국 내 문호도 넓혔다. 중국을 방문하는 해외여행객이 선불충전 형태로 위안화 모바일 전자지갑 계좌 개설을 허용했다. 위안화 국제화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흔들리는 미국 금융 패권과 신용카드 체제
 
중국의 부상은 수 십년간 독주하던 미국의 국제 금융 패권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진 미국은 ‘국제은행간 전기통신협회(SWIFT)’ 시스템과 비자·마스터카드 등으로 이뤄진 ‘국제결제 신용카드’ 시스템 두 기둥을 통해 국제 결제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패러다임의 안정성에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미국이 대규모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치면서 달러 가치의 안정성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미국의 대형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됐다. 비은행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급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중국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있다면 미국에서는 2010년 탄생한 페이팔(Paypal)이 핀테크를 주도했다. 페이팔은 미국 내 온·오프 거래에서 대금을 사전에 예치해 신용카드보다 수수료를 대폭 낮춰 경쟁력을 키웠다. 하지만 국제 결제에서는 국제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에 의존했다. 송금·환전·환율 리스크 등 각종 장벽 때문이다. 페이팔 역시 2020년 이후 수수료가 높은 신용카드 시스템 대신 새로운 국제 결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페이스북의 디지털 통화 리브라(Libra) 도입 발표에도 국제 신용카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녹아있다. 리브라 통화를 국제 송금과 음악·동영상과 같은 디지털 상품의 국제 거래에 사용하면 환전이나 송금 수수료가 없다. 국제 디지털 금융거래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달리 리브라는 페이스북 본사가 보유한 달러나 국제통화 등 실물 자사에 연동하기 때문에 리브라 통화 가치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록 기존 금융사와 국제 돈세탁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로 리브라 출시가 연기되고 있지만 국제금융 분야에서 기존 오프라인 은행 기반의 국제 결제 시스템은 안팎에서 디지털 국제 금융 체제로 전환에 직면해 있다.
  
카드·모바일 표준경쟁 … 기로 선 한국
 
지난 2016년 문을 연 강남 코엑스몰의 알리페이센터. 당시 모바일 결제에 익숙하지 않던 한국 고객을 위한 체험 서비스와 함께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세금 환급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문을 연 강남 코엑스몰의 알리페이센터. 당시 모바일 결제에 익숙하지 않던 한국 고객을 위한 체험 서비스와 함께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세금 환급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다. [중앙포토]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미·중 충돌은 규제를 놓고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자국산 디지털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미국 금융 업체의 중국 진출을 법규로 막고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6월 중국이 시행한 ‘네트워크 안전법’이다. 해외 디지털 금융사업자가 중국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고, 수집된 정보는 반드시 중국 국내 서버에 저장하고 검열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률이다.
 
반면 미국은 기존의 오프라인 국제 금융 패권을 디지털 분야에서 이어가길 원한다. 페이팔·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 등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자를 가진 미국의 대중국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 차원에서 펼쳐지는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 경쟁은 한국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갈등과 양자택일 선택의 고민을 안겨줄 수도 있다. 더구나 한국은 이미 국제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 비용과 혁신성에서 모바일 결제가 뛰어나도 이를 선택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다.
 
중국 알리페이의 1+9 모바일 결제 ‘일대일로’ 전략

중국 알리페이의 1+9 모바일 결제 ‘일대일로’ 전략

카카오페이를 신용카드와 연동시킨 국내 소비자는 해외에서 반드시 국제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을 써야 하므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국제 호환 모델을 활용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는 동남아 차량 공유 플랫폼인 그랩(Grab)과 모바일 국제 결제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에 부딪혔다. 그랩, 동남아 모바일 결제 플랫폼과의 국제 호환 시스템이 비용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국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고객들에게 신용카드 연동 대신에 선불 충전 전자지갑 형태로 전환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주도하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글로벌 연계를 통해 구축 중인 국제 결제 시스템은 기존 신용카드 국제 결제 독점 시스템을 우회하며 발전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금융업 발전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신중히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현지 쿠폰 혜택에 실시간 결제까지…카카오페이의 해외 서비스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페이는 일본과 마카오에서 국제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 국제 결제는 구조적으로 신용카드보다 해외 결제에서 수수료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독점하고 있는 국제 신용카드 시스템에 존재했던 독점적인 매출전표매입(acquring)이나 신용제공(credit) 등의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는 모바일 결제에서 현지 상품의 가격과 확정된 원화 가격을 현지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인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국제 신용카드 결제는 몇 주 뒤에 원화 결제금액이 통보되기 때문에 환율변동 리스크를 소비자가 부담했던 것과 대조된다.
 
무엇보다도 모바일 국제 결제의 진정한 혁신은 기존에 국제 신용카드가 제공하지 못했던 다양한 O2O 혁신 서비스들이다. 해외 여행객들은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통해 모바일 결제 앱으로 제공되는 주변 맛집 쿠폰, 상점 할인 쿠폰, 숙박업소 할인 쿠폰 등을 확인 비교하며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을 찾아갈 때는 카카오 지도 앱이 해외 현지의 지도 앱과 연동되기 때문에 핸드폰 지도를 보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택시를 이용할 때도 현지 택시 호출 앱과 연동되는 카카오앱을 이용하고, 결제도 택시의 QR 코드를 이용해 카카오페이 모바일지갑의 원화로 결제할 수 있다.  
 
모바일 국제결제의 이러한 혁신은 이제 시작 단계다. 모바일 결제와 예약, 디지털 상품 구매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융합되면서 지금도 새로운 서비스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서봉교
서울대 경제학 박사, 중국 칭화대 경제경영학부 박사, 금융위원회 핀테크금융혁신 T/F 민간전문위원, 전 삼성금융연구원. 저서로 『중국경제와 금융의 이해: 국유은행과 핀테크 은행의 공존』 등이 있다.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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