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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합병 앞두고 ‘일방적 계약해지’ 약관 고쳐

중앙일보 2020.06.10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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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브랜드인 배달의민족(배민)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불공정한 서비스 이용 약관을 고쳤다. 공정위는 배민의 서비스 이용 약관 심사 과정에서 발견한 불공정한 내용을 회사 측이 스스로 시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 이번 공정위 심사는 지난해 6월 소비자의 청구로 시작됐다.
 

공정위 지적에 자진해 시정 조치
시장지배력 판단에 영향 줄지 주목

기존 약관에서 배민은 “음식점 상품의 품질, 음식점이 앱에 올린 정보나 소비자가 올린 이용 후기의 신뢰도와 정확성 등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며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공정위는 이 약관에 대해 “배민이 소비자와 음식물을 직접 거래하지 않는 플랫폼 사업자라고 해도 거래 과정에서 귀책사유가 있다면 법률상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배민은 “회사나 임직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면 이를 책임진다”는 내용으로 약관을 바꿨다.
 
배민에 가입한 회원을 회사 측이 강제로 탈퇴시킬 때는 소비자의 이의 신청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기존 약관에는 “배민이 계약 해지 의사를 통지하기만 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돼 있었다. 공정위는 “계약 해지 등은 반드시 사전에 알리고 이의 제기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배민은 “해지를 통보받은 회원이 이의를 제기하려면 고객센터에 문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약관에 추가했다.
 
서비스의 변경이나 중단 등을 소비자에게 알릴 때 웹사이트나 공지사항 화면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약관도 공정위의 지적을 받았다. 배민은 앞으로 중요한 내용은 소비자에게 개별적으로 알리는 것으로 약관을 고쳤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과거 배민이 앱을 구동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사양을 높이면서 OS 버전이 낮은 알뜰폰과 중고폰 등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일이 있었다”며 “기존 약관에 따라 배민은 이런 사항을 소비자에게 사전 통지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신청한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이다. DH는 지난해 12월 배민을 운용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4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DH는 국내 배달 앱 시장 2위인 요기요도 운영하고 있다. 배민의 이번 약관 시정은 인수합병(M&A) 심사 과정에서 시장 지배력을 판단할 때 검토 사항이 될 수 있다. 이숭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불공정 약관이 이용된 시점에 따라 시장 지배력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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