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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리빌딩, 거침없는 최원호

중앙일보 2020.06.10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최원호 감독 대행

최원호 감독 대행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최원호(47) 감독 대행의 행보가 파격적이다. 최 감독 대행은 9일 롯데 자이언츠 원정 경기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1군 첫 경기 전부터 그는 매우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한용덕(55)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지 하루 만에 한화에 강력한 리더십이 등장했다.
 

부임과 동시에 강력 리더십 발휘
선수·코치 대거 교체하는 자신감
개혁 도마 오른 이글스 순혈주의
114경기 남아, 정식감독 급 권한

최 감독 대행은 8일 안영명(36)·장시환(33·이상 투수)·송광민(37)·이성열(36·이상 내야수)·최진행(35·외야수) 등 10명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 중 9명이 30대 베테랑이다. 대신 윤호솔(26)·강재민(23·이상 투수)·박상언(23·포수)·박정현(19·내야수)·최인호(20)·장운호(26·이상 외야수) 등 퓨처스(2군)의 젊은 선수를 불러올렸다.
 
1군 엔트리 28명 중 3분의 1 이상을 한 번에 바꾼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새로 올라온 선수 대부분은 한화 팬조차 낯선 이름이다. 반대로 1군에서 빠진 선수는 이름값 높은 베테랑이다. 최 감독 대행은 “지금은 (팀 최다 연패인) 14연패를 끊는 게 중요하다. 기존 선수는 연패 분위기에 젖어 있어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구단 사상 최다 연패(7일까지 14연패) 기록을 세웠다. KBO리그 기록(18연패·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도 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최 감독 대행은 연패 탈출보다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최 감독 대행 임명 자체가 한화로서는 파격이었다. 지난 3년간 한화는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수석코치로 상징되는 ‘이글스 패밀리’가 팀을 장악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김응용(2013~14년), 김성근(15~17년) 감독 체제와 전혀 다른 리더십이었다. 한화 ‘순혈주의’ 체제가 2년여 만에 개혁 대상이 됐다.
 
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 투수로 활약했던 최 감독 대행은 LG 2군 코치, 방송 해설위원, 대표팀 기술위원을 지냈다. 단국대에서 운동역학으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지난겨울 부임한 정민철 한화 단장이 최 감독 대행을 영입해 퓨처스 지휘봉을 맡겼다. 그로부터 6개월 만에 1군 감독 대행에 임명했다. 한 감독이 7일 NC 다이노스에 패한 뒤 사퇴 의사를 밝히자, 한화는 곧바로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1군 감독 대행에 낙점했다. 감독이 시즌 중 사퇴하면 수석코치 또는 1군 경험이 많은 코치가 대개 지휘봉을 맡는다. 한화 구단은 이와 달리 최 감독 대행을 내세웠다.
 
최 감독 대행 행보를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엔트리 교체는 과감했고, 그 후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적이었다. 취재진에게 그는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 연패 탈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등 원론적으로 얘기했다. 한 인터뷰에서는 “(4선발이나 5선발이 아닌) 6선발 체제도 고민 중”이라며 파격적인 구상도 내놨다.
 
최 감독 대행은 정경배 수석 및 타격 코치, 송진우 투수 코치 등 자신을 보좌할 코치진도 임명했다. 올해 한화의 정규시즌 남은 경기는 114경기다. 선임 배경, 선임 후 행보 등을 보면 최 감독 대행은 정식 감독에 가까운 권한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한화가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는 점이다. ‘한화 패밀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실권을 잡은 최 감독 대행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단기 과제인 위기를 넘기면 지난 10년간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한화의 리빌딩’이 최 감독 대행의 장기 과제가 될 것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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