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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적사업 1호, 금강산시설 폭파·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중앙일보 2020.06.10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북한이 연일 대북 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남포시 강서구역에서 농업근로자들이 항의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연일 대북 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남포시 강서구역에서 농업근로자들이 항의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9일 남북 통신선을 전면 차단하면서 후속 대남 조치를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단계적 대적사업 계획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단계를 높인 보복조치가 이어진다는 통보나 다름없다.
 

김정은, 작년 “남측시설 들어내라”
개성공단 시설 뜯어내 팔 수도

9·19 군사합의 파기는 도발 예고편
DMZ 총격, 서해 사격훈련 등 우려

북한이 꺼낼 단계적 대적사업의 윤곽은 김 제1부부장이 4일 담화에서 보여줬다. 김 제1부부장은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5일 담화에서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 있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며 이미 시사한 여러 가지 조치도 따라 세우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금강산 관광 시설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을 찾아 “남측에서 지은 시설물들을 싹 들어내라”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지시한 뒤 사실상 시한부 상태였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엔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특정 시한까지 철거하지 않을 경우 “모종의 조치”를 예고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남북 관계의 전면 단절을 선언한 북한이 그 상징적·실질적 조치로 금강산 관광 시설 폭파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금강산 지역엔 정부가 지은 이산가족면회소와 한국관광공사가 소유권을 가진 온천장과 문화회관, 현대아산 등이 소유한 해상호텔과 편의시설(온정각), 횟집 등이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 남측 시설 압류가 선언적 압박이라면 시설 폭파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메시지”라며 “시설 폭파로 충격파를 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12시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12시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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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개성공단을 놓곤 시설을 뜯어내 중국에 팔아버리거나 중국에 임대하는 식으로 한국의 존재감을 지우려 할 수 있다. 남북 합의는 남한이 어긴 만큼 개성공단의 처리 권리는 북한에 있다는 주장에 따라서다.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는 군사적 도발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은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를 파기하는 건 향후 군사도발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단, 9·19 군사합의를 통해 북한은 휴전선 일대와 서해5도에서의 한국군 훈련 중단,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한·미 정찰자산 비행 금지 등 성과를 얻어낸 측면도 있다. 따라서 파기를 선언하면 북한도 군사적으로 잃는 게 있지만 정부가 파기 이후 그간 중단했던 훈련 재개, 정찰자산 비행 재개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남북 합의 파기를 핑계 삼아 서해안에서의 사격훈련, 휴전선 일대에서의 총격 도발 등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후속 위협 중 가장 우려되는 건 사전에 예고하지 않았던 전격적인 도발이다. 북한은 2010년 연평도를 선제 포격한 전례가 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담화를 내기에 앞서 내부적인 검토 작업과 준비절차를 거쳤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처럼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면 남측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에 나설 수도 있고, 남측 대응과 국제사회 분위기를 봐가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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