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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소집할지 내일 결정, 검찰·삼성 2라운드

중앙일보 2020.06.10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같은 혐의를 받는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소집 땐 시민들이 기소 여부 판단
삼성 “승계 과정에 불법 없었다”
검찰 “이재용이 보고받고 관여”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수사심의위 절차

수사심의위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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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부회장 등이 “이 사안이 과연 기소할 만한 사건인지를 검찰이 아닌 시민들이 판단해 달라”며 지난 2일 소집 신청서를 낸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검찰과 삼성이 또 한번 맞붙을 전망이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할지 논의한다. 검찰시민위원 15명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는 수사심의위의 첫 단추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부의심의위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고 대신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제출한다. 부의심의위에서 소집이 결정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 진술을 거쳐 수사심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이는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수사심의위를 거친 8건의 사건은 검찰이 모두 의결 내용대로 처분했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상당 정도 증거도 확보했다”고 적힌 만큼 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 수사심의위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영장만 기각했을 뿐, ‘재판 과정’을 언급했기 때문에 기소는 예정된 수순 아니냐는 입장이다.
 
반면에 이 부회장 측은 기각 사유에 적힌 ‘기본적’에 방점을 찍는다. 기초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 당사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명 부족’으로 적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한다.
 
이 부회장 측은 향후 열릴 수사심의위에서 ▶합병 등 승계 과정에 전혀 불법이 없었고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관여한 바도 없으며 ▶한국 경제 위기 속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는 등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구속영장심사에서 검찰이 꺼낸 ‘프로젝트G’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비밀 계획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한 궁여지책일 뿐이라고 맞설 계획이다.
 
반면에 검찰은 ▶합병 등 승계 과정에 단계별 불법이 있었고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관여했으며 ▶사상 최대 규모 금융범죄라는 점을 다시 강조할 전망이다. 특히 검찰은 2015년 5월부터 9월 사이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주목한다. 이 과정이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이뤄진 불법이라는 것이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꿔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관계가 자본시장법 178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150쪽 분량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적시했다고 한다. 2015년 5월 이사회의 합병 결의를 하고, 주주총회를 통과하는 단계마다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가 이뤄졌다는 게 수사팀의 시각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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