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른 무더위에 전력량 15% 껑충···한전은 전기료 개편 '눈치'

중앙일보 2020.06.09 19:08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지표가 일제히 나빠졌지만 전력만큼은 예외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이다.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 50분 최대 전력 수요가 7만3880㎿를 기록했다. 최대 전력 수요는 하루 중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때 수치를 말한다. 지난주 같은 요일(2일 6만4274㎿)과 견줘 14.9% 늘었다.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연합뉴스]

이른 무더위에 전력 수요 치솟아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겨울이었던 올 2월 21일(7만3398㎿) 이후 최고다. 보통 전력 수요는 에어컨이 많이 돌아가는 한여름, 전열기 사용이 몰리는 한겨울에 치솟는다. 이른 무더위에 ‘전기 과소비의 계절’이 일찍 찾아왔다. 지난해 여름 최고 전력 수요가 7만3000㎿를 처음 넘어선 건 6월 25일이었다. 올해는 2주 넘게 앞당겨졌다.
 
전력 공급량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급 예비율도 급하게 하락 중이다. 지난 2일 44%였던 예비율은 이날 24%로 추락했다. 이날 전국 발전소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력(공급능력)이 이날 9만1280㎿였다. 여기서 쓰고 남은 전력(공급 예비력)이 최대 전력 수요 대비 24%(1만7410㎿)란 의미다. 일주일 사이 공급 예비율 40%, 30% 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공급 예비율이 20%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통상 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우려할 상황이라고 본다. 공급 예비력이 500만㎿ 이하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전력 수급 경보가 뜬다.  
 
아직은 여유 전력이 1만㎿대라 전력 공급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심상찮은 더위가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도 전력 시장은 피해갔다.  
 
한국전력공사 간판.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간판. [연합뉴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동일 요일 기준, 6월 11일) 6만7125㎿과 비교해 10.1% 늘었다. 코로나19 탓에 공장 생산도 줄고 가게 매출도 시원찮은데 전기 소비량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는다. 공급 예비율도 1년 전(32%)보다 낮은 20%대다.  

 
원래 전력 수요는 경기를 따라간다. 그런데 올해는 이 원칙이 먹히지 않는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실내 생활 시간 등 이유를 놓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당장 전력 수급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안심할 때가 아니란 얘기다. 
 
올해보다 전력 여유가 있었던 지난해 여름에도 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8월 13일과 14일 공급 예비율이 각각 7%, 9%를 기록하며 10% 아래로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닥쳤었다. 경보(예비력 500만㎿ 이하)를 발령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당시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윤요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전력 수요는 경기보다 기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최근 기온이 많이 올라가며 전력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를 고려한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을 마련,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개편 방안 ‘눈치보기’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맞물려 전기요금 개편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국전력 등 관계 기관에서 거론되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가구의 전기요금을 월 4000원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개편 또는 폐지 ▶계절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 등이다. 
 
울의 한 다세대주택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뉴스1

울의 한 다세대주택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뉴스1

누적 부채가 지난해말 기준 128조7081억원에 달하고, 낮은 유가로 지난해 1조원 넘게 적자를 본 한전으로선 전기요금 개편은 숙원 사업이다.  

 
오는 26일 한전은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기요금 개편안이 올라갈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7월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별ㆍ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공시했다. 예고했던 시점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확정된 건 아직 없다. ‘전기요금 개편=인상’이란 인식 때문이다. 
 
시점도 문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손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개편안이 당국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산업부와 논의 중이나 이사회에 안건을 올릴지 여부 등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