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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엄마 한 말...극 중 엄마 마음 떠올라"

중앙일보 2020.06.09 16:29
배우 신혜선이 11일 개봉하는 영화 '결백'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했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배우 신혜선이 11일 개봉하는 영화 '결백'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했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촬영갈 때마다 무서웠어요. 제가 주인공 정인을 완전히 이해 못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텍스트로 이해 못 한 감정들이 현장에서 배종옥 선배님, 세트장 공기를 대면하면서 조금씩 마음에 와 닿았죠. 이렇게 현장의 힘을 믿었던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첫 스크린 주연작인 스릴러 ‘결백’(10일 개봉, 감독 박상현)으로 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혜선(31)은 “떨리고 긴장된다”고 했다. “개봉 날짜가 다가올수록 어떻게 보실지 무섭기까지 하다. 저는 지금 좀 객관성을 잃었다. 부족한 점만 보인다”며 기대 반 걱정 반 털어놨다.  

안방극장 톱스타, '결백'으로 첫 영화 주연
성공한 변호사이자 가족과 등진 딸 역할
치매 노모 살인범 몰리자 직접 변호 나서

 

스크린 도전장 낸 안방스타 

신혜선을 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첫 스크린 주연작 개봉을 앞두고 그는 "긴장되고 떨린다. 무섭기까지 하다"고 했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신혜선을 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첫 스크린 주연작 개봉을 앞두고 그는 "긴장되고 떨린다. 무섭기까지 하다"고 했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하이틴 드라마 ‘학교 2013’(KBS2)으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 8년차. 영화는 ‘검사외전’(2016)에서 주연 강동원과의 키스신 등 짧고 굵은 조‧단역에 그쳤지만, 안방극장은 이미 꽉 잡은 그다. ‘아이가 다섯’(KBS2) ‘비밀의 숲’(tvN)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SBS), ‘단, 하나의 사랑’(KBS2) 등 잇따라 화제작을 냈다. 출생의 비밀로 ‘금수저’ ‘흙수저’를 오간 ‘황금빛 내 인생’(KBS2)은 최고 시청률 45.1%의 큰 흥행도 맛봤다.  

 
그런 그가 “어려웠다”고 고백한 이번 영화는 그가 맡은 정인의 시선이 전적으로 끌고 가는 추적극이다. 극 중 사정도 복잡하다.  
 
정인은 승소율이 완벽에 가까운 성공한 변호사. 그의 고향 마을에서 농약 탄 막걸리를 마시고 마을 사람 한 명이 사망, 네 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현장은 바로 정인의 아버지 장례식장. 치매로 딸도 못 알아보는 정인의 어머니 화자(배종옥)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오랫동안 가족을 등져온 정인은 시장 추인회(허준호)와 마을 사람들의 방해 속에 어머니 변호를 맡고 진상파악에 나선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동생 정수(홍경)는 뜻밖의 비밀을 들려준다.  
 

"친구 하기 싫은 애 같은 캐릭터" 

신혜선에겐 정인이란 캐릭터 자체가 도전이었다. “제 입장에선 친구 하기 싫은 애 같은 느낌이었어요. 너무 독단적이기도 하고 고집도 있고 유머라고는 없을 것 같은 느낌의 친구요.” 4일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9일 그는 “간담회니까 웃으시라고 한 표현”이라면서도 정인에 대해 “불쌍한 아이다. 저랑 많이 달랐다. 마음이 닫혀있고 냉기가 도는 친구다. 처음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쉽게 이해 가지 않았다”고 했다.  
 
'결백'에서 성공한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오랫동안 등져온 가족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고향에 돌아온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결백'에서 성공한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오랫동안 등져온 가족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고향에 돌아온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어떤 감정이 가장 공감 안 갔나.  
“결말의 선택. 관객들도 의견이 나뉠 것 같다. 마지막에 법원을 나와서 상대측 검사의 질문에 정인이 답하는 대사를 정말 도저히 입 밖으로 못 하겠었어 그 대사를 안 할까도 했다. 감독님과 의논 끝에 정인으로선 그 말의 의미가 충분히 있겠다고 생각해서 연기했다. 배우로서 연기하는 인물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맞지만, 객관적인 시선도 필요하잖나. 정인이 신념을 굽혀서라도 자신을 위해 희생해온 엄마에게 한 줄기 빛을 주고 싶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인에게 있어선 오로지 죄책감뿐인 결말이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첫 영화 주연작이란 의미가 크다. 정인의 뭔지 모르겠는 속내가 매력도 있었고, 굴하지 않고 기죽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면은 멋있더라. 또 시골이란 배경이 저한텐 정겹고 푸근한 이미지였는데 여기는 끈적하고 도망가고 싶고 갑갑하게 묘사되는 게 재밌었다. 정인의 입장에서 알게 되는 진실도 충격적이었고. 정인의 감정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실제 정인이 그런 감정일 것 같았다. 실제 촬영하면서 몸으로 느끼는 게 더 많았다.”
 

"허준호 선배님 비릿한 연기에 쫄았죠"

'결백'에서 정인네 가족의 비밀을 감춘 추인회(허진호) 시장은 엄마 화자의 결백을 밝히려는 정인과 법정 안팎에서 팽팽하게 맞선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결백'에서 정인네 가족의 비밀을 감춘 추인회(허진호) 시장은 엄마 화자의 결백을 밝히려는 정인과 법정 안팎에서 팽팽하게 맞선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중반부 이후엔 정인이 진실에 다가서며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는 강렬한 장면이 잇따른다. 직접 각본을 쓰고 첫 장편을 연출한 박상현 감독은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고 출연 제안했다”면서 “신혜선처럼 발음이 정확하면서 감정의 템포까지 조절하는 배우가 흔치 않다”고 칭찬했지만, 신혜선은 오히려 선배 배우들의 존재감에 감사했다.  

 
악역 허준호에 대해선 “생각지 못한 비릿한 연기에 처음엔 쫄았다. 선배님이 유들유들 능글맞게 해주시니까 저도 덩달아 조금 다른 느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모녀 호흡을 맞춘 배종옥에 대해선 더 각별했다.  
급성 치매를 앓는 화자(배종옥)는 딸 정인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이 역할을 위해 배종옥은 가발부터 렌즈, 의상, 피부, 망가진 손톱까지 매 촬영 2~3시간 분장을 거쳤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급성 치매를 앓는 화자(배종옥)는 딸 정인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이 역할을 위해 배종옥은 가발부터 렌즈, 의상, 피부, 망가진 손톱까지 매 촬영 2~3시간 분장을 거쳤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정인이 죄수복을 입은 엄마와 마주하며 우는 장면은 자신을 다 내려놓은 듯했다.
“저는 감정신이 복불복이다. 잘 우는 편이 아니어서, 감정이 한번 꽂히면 수월하게 싹 촬영하지만 안 오면 어떻게 해도 우는 척밖에 안 된다. 엄마 접견 장면 촬영날숙제 못한 애처럼 정말 떨면서 현장에 갔다. 이번 영화 촬영 내내 배종옥 선배님이 감정에 도움 안 될 수 있다고 (나이든) 분장하는 것을 못 보게 하고 일부러 거리를 둬주셨는데 그날은 저도 정말 선배님 그림자도 안 쳐다봤다. 그러다가 리허설하고 선배님 눈을 딱 봤는데 빛에 비친 동공이 보였다. 노역이고 흐리멍덩해 보이는 렌즈를 끼고 계셨는데 그 순간, 감정이 확 오더라. 정해진 대본이 있어서 그나마 억눌렀지 더 엉엉 울 뻔했다. 선배님이 안 해본 캐릭터가 없으신데 여전히 변신이 가능한 배우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 마인드를 옆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며 많이 배웠다”
 

코로나로 개봉 연기…외할머니 못 보고 돌아가셔

2주 전 외할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신 뒤 어머니와 대화하다 다시 스친 극 중 엄마의 대사도 있다. 외할머니는 3월 예정이던 개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 밀리면서 결국 영화를 못 본 채 세상을 떠났다.
'결백'에서 정인은 후반부로 갈수록 냉철한 변호사의 모습을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발 벗고 뛴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결백'에서 정인은 후반부로 갈수록 냉철한 변호사의 모습을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발 벗고 뛴다. [사진 키다리이엔티]

 
“우리 가족이 제 출연작을 대사를 욀 만큼 닳도록 봐요. 외할머니도 돌아가기 직전까지 ‘영화 개봉하는 것 보고 가야 하는데’ 하셨어요.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엄마가 저한테 ‘지금 이렇게 나이가 많지만, 엄마한테도 엄마가 필요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극 중 화자의 그 대사가 스쳤죠. ‘새끼는 비바람 속에서도 애미만 있으면 되유.’ 촬영할 땐 화자의 모성애 대사로만 여겼는데 오히려 화자도 엄마를 잃은 처지에서 딸한테 그런 얘기를 했구나, 얼마나 가슴이 시렸을까, 생각이 들었죠.”
 

대표작 '황금빛 내 인생'…공포영화 찍고파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신혜선의 배우 경력에 터닝 포인트가 됐던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KBS2). [사진 KBS]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신혜선의 배우 경력에 터닝 포인트가 됐던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KBS2). [사진 KBS]

그는 터닝포인트가 된 대표작으로 ‘황금빛 내 인생’을 꼽았다. 오디션 없이 작품 제안을 받기 시작한 게 그 이후부터다. 연기자로서 자신을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영유아”에 빗댔다. 다만 “지금까진 어떤 작품을 만나도 칭찬받고 싶은 강박증이 있었는데 이젠 조금이라도 마음으로든, 일로든 매 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음 도전은 코미디다. tvN 퓨전 사극 코미디 ‘철인왕후’에선 현대 남성의 영혼이 빙의한 조선 시대 중전 역할을 맡아 다시 배종옥과 호흡을 맞춘다. 하반기 개봉 영화 ‘도굴’에선 전국 도굴꾼들이 땅속 유물을 파헤치는 코미디에 뛰어든다.  
 
“이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가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어서인데 요즘은 워낙 매체가 많아져서 더 다양하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공포영화 마니아여서 태국 공포영화 ‘셔터’, 일본의 ‘주온’, 우리나라 ‘가위’ ‘기담’ ‘장화, 홍련’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집에서 혼자 귀신 보고 놀라는 표정도 해보곤 했거든요. 제대로 오금 저리게 무서운 공포영화 꼭 한번 찍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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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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