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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재용 혐의는 인정"…변호인단 "아무것도 입증 못했다"

중앙일보 2020.06.09 15:49
 9일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은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를 두고 검찰은 “법원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해석한 반면, 변호인단은 “입증된 게 없다”며 맞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 “법원도 기소할 사안이라 본 것”

이날 한 검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통상 법원은 혐의가 인정이 안 될 경우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거나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는 기각 사유를 내놓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법원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한 검사는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앞둔 상황에서 법원이 재판 과정까지 가봐야 한다고 언급한 건 결국 기소할 사안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지금까지 검찰이 알려진 것만 20차례 넘게 압수수색을 나갔고, 100번이 넘게 관련자들을 소환한만큼 이 부회장을 구속해서 추가로 수사를 벌일 필요가 없다고 봤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현재 국정농단 재판에도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
 

변호인단 “18개월 수사로도 입증 안됐다는 뜻”

반면 변호인단은 법원이 이 부회장을 구속할만큼 경영권 승계의 불법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다. 검찰이 지난 2018년 12월부터 1년 6개월간 사실상 이 부회장을 겨냥해왔지만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된 건 수사가 부실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에 속한 한 변호사는 “법원이 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초 사실일뿐 혐의와는 별개”라며 “예컨대 횡령 사건에서 피의자의 계좌로 돈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그게 사업 과정에서 정당하게 간 돈인지, 횡령을 입증하는 흐름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법원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에 대한 판단을 미룬 것에도 주목했다. 다른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사안에 대해 보고 받고 지시 했는지가 혐의의 핵심인데 이 부분이 입증이 안 됐다는 것”이라며 “애초에 안전하게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불법 행위를 벌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프로젝트G‘ 정체는

[뉴스1, 중앙포토]

[뉴스1, 중앙포토]

이번 영장 심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으로 ’프로젝트 G‘와 ‘이부회장님 보고 필’ 문건 등을 내세웠다. 이는 옛 미래전략실의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의 계획이 담긴 비밀 문건으로, 이 부회장에게도 보고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고의적으로 부풀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회계도 조작됐다고 본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해당 문건이 경영권 승계 작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프로젝트G 문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규제를 피해 기업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방안이 담긴 문건이며 이 부회장은 해당 문건을 본 적도 없고 그런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도 ‘불법’이 아닌 정상적 합병이었다는 입장이다. 그 증거로 앞선 영장심사에서 합병의 합법성을 인정한 2017년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무효 민사소송 판결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 중 한 변호사는 “이밖에 100여차례 걸친 소환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이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핵심 진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를 거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면, 영장심사 때 제출된 이런 기록 일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판단을 한다면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는 물론 구속영장 재청구에도 나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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