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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울산보도연맹사건, 국가배상 소멸시효 다시 따져야"

중앙일보 2020.06.09 12:00
1950년 울산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한 '울산 보도연맹사건' 유족들이 국가 배상 청구 소송 1ㆍ2심에서 패소했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2심과 대법원 판결 사이 헌법재판소의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멸 시효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다.
 

울산 보도연맹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현장 [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유해발굴조사보고서에서 캡처]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현장 [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유해발굴조사보고서에서 캡처]

한국전쟁 발발 직후 울산지역에서도 국민보도연맹원들을 집단으로 살해한 일이 있었다. 1950년 8월 총 10차례에 걸쳐 울산 대운산 골짜기와 삼정리 반정 고개 등에서 많은 보도연맹원이 총살 당했다.  
 
이들에 대한 재조명은 2000년대 들어 이뤄졌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으로 설치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울산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한다. 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을 한 유족들이나 위원회가 조사해 밝혀낸 407명을 희생자로 확정했다. 이번 소송을 낸 상당수 원고도 이에 포함됐다.
 

유족들 “국가는 정신적 손해배상하라”

유족들은 국가 소속이던 경찰과 군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보도연맹원들을 살해했으므로 그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ㆍ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국가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려면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는 당시 법이 문제가 됐다. 울산 보도연맹사건 손해배상 소송은 1950년으로부터 60년 이상 지난 2016년 8월에야 제기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개별 사건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소멸 시효 기간을 늘리더라도 손해배상청구 기간은 민법이 정한 단기소멸시효 기간인 3년을 넘길 수 없다”는 2013년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이후 손해배상 소송까지 오랜 기간이 흘렀다는 점도 고려됐다. 법원은 “2007년 진실규명 결정 이후부터 손해배상 제기까지 9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유족들이 법이 보장하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법, “위헌결정으로 소멸 시효 다시 따져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오른쪽 부터), 안창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2018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긴급조치 국가배상 부정' 재판 등과 민주화운동 보상법 사건·과거사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선고 등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오른쪽 부터), 안창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2018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긴급조치 국가배상 부정' 재판 등과 민주화운동 보상법 사건·과거사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선고 등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2심 판결 2주 뒤인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과거사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에 대해 새로운 결정을 한다. 과거사정리법이 규정하는‘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 같은 사건은 일반 사건들과 달리 봐야 한다는 결정이었다.  
 
 헌재는 이런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국가에 배상청구권을 행사할 때 민법상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국가 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는지, 알았다면 언제 이를 알았다고 봐야 하는지에 따라 소멸시효 완성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법원에 계류된 이와 관련한 사건은 모두 영향을 받는다” 울산 보도연맹 사건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추후 재판에서 소멸시효를 따지는 지침도 덧붙였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한 경우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닌 그 통지서가 송달된 날”이라고 밝혔다. 울산 보도연맹사건 유족들은 서울고법에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다시 한번 따져보게 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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