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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풀어준 원정숙 판사, 유독 '불구속 재판' 강조했다

중앙일보 2020.06.09 11:3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강조했다. 구속 수사가 아닌 재판에서 유·무죄 여부를 판단할 것을 강조한 취지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9일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며 “그러나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 1년8개월 광범위 수사…기록 20만쪽 

그간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1년8개월 동안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 상당한 양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10여명에 대한 430여건의 소환조사, 50여건의 압수수색 등을 진행한 바 있다.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며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만도 400권(약 20만쪽)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제출된 구속영장 청구서도 150쪽 분량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법원 “재판 과정에서 결정해야”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이미 방대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구속 수사까지 진행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반할 정도로 구속 수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수사 단계가 아닌 기소 이후 법정에서 이뤄질 재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불구속 재판 원칙’ 강조하는 법원 

법원이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근거로 들며 수사기관의 구속 수사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집무실에서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경우 지난 2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오 전 시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되고, 피의자가 범행 내용을 인정해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거가 일정한 등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청사 시공업체로부터 6200만원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지방의 한 법원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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