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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끝…美 주가 최고치여도 침체 본격화, FOMC를 주목하라

중앙일보 2020.06.09 11:31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조각상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조각상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128개월간의 파티는 끝났다. 공식 경기 침체에 들어간 미국 얘기다. 초당파 비영리 경제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128개월 동안의 경제 확장 국면은 끝났다”며 “전례 없는 규모의 고용과 생산 감소가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지금을 경기 침체로 규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원인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미국 경제에 드리운 ‘R(recessionㆍ침체)의 공포’는 새롭지 않다. 다만 침체의 늪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지표들도 나와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NBER의 발표는 주목할만하다. 미국 증시는 8일 최고점을 찍고, 오류가 드러났지만, 실업률은 13.3%(실제로는 16.3%)로 발표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7%오른 2만7572.44, S&P500 지수는 1.2% 오른 3232.39,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1.13% 오른 9924.74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뉴욕시가 이날 경제 활동 정상화에 들어간 첫날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7.88포인트(1.28%) 상승한 2,212.17을 나타내고 있다.이날 코스피는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지수가 8일(현지 시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장 초반 강세를 나타냈다. 뉴스1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7.88포인트(1.28%) 상승한 2,212.17을 나타내고 있다.이날 코스피는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지수가 8일(현지 시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장 초반 강세를 나타냈다. 뉴스1

 
경기는 침체인데 증시는 랠리인 상황을 두고 미국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경제 전문 매체 쿼츠가 매일 내놓는 ‘마켓 하이쿠(俳句ㆍ짧은 시)’의 9일 자의 분석이 압축적이다. “경기 침체는 본격화/주가는 최고치라니/머리만 긁적이게 되노라.”  
 

침체라는 NBER의 분석, 뭐가 다른데?  

 
경제학에선 통상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 침체로 분류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R의 공포를 언급한 분석은 GDP를 기반으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분기가 -4.8%의 GDP 성장률을 보이고, 2분기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NBER의 기준은 다르다. NBER은 통상 수개월 동안 경제활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경기 침체로 분류한다. 
 
NBER의 경기순환위원회는 8일 성명에서 “경기 위축의 깊이와 기간 및 경제 활동이 어느 수준으로 떨어지는가를 보고 침체 여부를 판단한다”며 “코로나19와 그에 대한 대응이 이전과는 다른 특징의 경기 하강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2분기인 4~6월의 GDP 지표를 볼 것도 없이 현시점에서의 경기지표들만으로 이미 침체 국면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AFP=연합뉴스

 
비교적 신중함을 유지해온 NBER의 이날 발표는 경기 침체 국면임을 이례적으로 빨리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NBER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얼마 후에야 침체라는 발표를 해왔다”며 “이번엔 이례적으로 침체라는 판단이 빨랐으며, 이는 그만큼 침체 국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다만 NBER은 이번 침체가 과거보다 지표상으론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이 전례 없는 양적완화(QE)를 통한 돈풀기에나선 데다 미국 연방 및 주 정부 역시 부양책에 집중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그러나 지표상으로는 빨리 끝나도 그 후유증은 길 것이라고 NBER 성명서는 우려했다.  
 

연준, FOMC에서 어떤 요술 방망이 내놓을까

 
이런 상황에서 9~10일(현지시간) 연준이 여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목이 쏠린다. 이번 FOMC에선 제로 기준금리 유지 여부와 부양 정책 수준 및 새로운 대책 등이 논의되고 발표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마이너스 금리라는 선물이 미국에도 필요하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했지만,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인사들은 “아직은 아니다”라며 입을 모아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대신 시장에 미리 근미래의 통화정책에 대한 힌트를 주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등을 대책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구체적 청사진이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국면이 지나갔기를 바라는 시장에 연준이 어떤 신호를 보낼지 관심사다. 증시 랠리 등은 연준의 유례 없는 돈풀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8일 ‘내 탓이오(mea culpa)’라는 제목으로 증시 랠리를 예측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S&P500의 급작스러운 상승은 연준의 부양책 도움을 받았다”고 적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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