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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도대체 어떤 맛? 이 책 읽다 '버번' 사러 나갈 수도

중앙일보 2020.06.09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71)

미국 버번 위스키. 세계 위스키 업계의 큰 축 중 하나다. 미국 젊은 층의 ‘힙한 술’이 보드카에서 버번으로 바뀐 지도 꽤 오래됐다. 미국에선 버번 위스키 붐으로 1년에만 100여개의 버번 위스키 증류소가 생겨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버번 위스키만 제대로 소개하는 책이 없었다. 버번 위스키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에 목이 말라 있었다. 이런 갈증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 지난 5월 한국 버번 위스키 팬의 갈증을 해소해줄 책이 나왔다. 조승원 작가의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이다.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사진 싱긋]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사진 싱긋]

 
방송국 기자인 저자는 2018년 11월 회사로부터 안식년 휴가를 받아 혼자 켄터키로 떠난다. 술을 좋아했던 저자에게 휴양지는 안식처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술을 원 없이 마시고, 그 술을 만드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그에게 최고의 안식이었다. 켄터키로 떠난 저자는 차를 한 대 빌려 켄터키 곳곳의 버번 위스키 증류소를 찾아간다. 그는 켄터키 버번 위스키 증류소 16곳과 테네시 위스키 증류소 1곳을 찾아갔다. 짐 빔, 버팔로트레이스, 메이커스마크, 와일드터키, 잭다니엘스…. 증류소별로 위스키 만드는 방법과 역사, 그리고 시음기까지 담았다. 또 영어로 출판된 모든 버번 위스키 관련 책을 주문해 읽으며 책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버번 위스키 초심자라면 저자가 첫머리에 정리한 ‘버번 위스키란 무엇인가’ 부분을 꼼꼼하게 읽으면 좋다. 그러면 이어서 펼쳐질 버번 여행을 보다 쉽게 떠날 수 있다. 버번 위스키를 많이 접해본 사람에겐 챕터 하나하나가 즐거움이다. 그동안 마셔왔던 버번 위스키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 브랜드는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기자 출신 저자가 성실하게 정리해놓은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술 한 잔이 손에 들려 있을지 모른다.
 
버번 위스키. [사진 김대영]

버번 위스키. [사진 김대영]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버번 위스키 증류소의 연대의식. 1996년 켄터키 바즈타운에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헤븐힐 증류소 숙성고에 벼락이 떨어졌다. 이 번개로 헤븐힐 증류소의 숙성고는 물론, 증류소까지 불타버렸다. 약 3000만L, 전 세계 버번 수요 2%에 달하는 버번 위스키가 사라졌다. 그러나 평소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던 다른 증류소들이 헤븐힐이 새 증류설비를 갖출 때까지 공장시설을 빌려줬다. 이런 지원으로 다시 일어선 헤븐힐은 화재 발생 3년 뒤인 1999년 증류소를 매입해 다시 위스키를 생산했다. ‘코로나19’라는 번개로 여러 업종이 힘든 요즘 버번 위스키 증류소들의 연대의식은 생각해볼 만하다.
 
책 마지막에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에서 일하던 존슨 가문의 일화가 소개된다. 아주 희귀한 ‘패피 반 윙클’이라는 위스키를 선물 받은 지미 존슨 주니어는 아버지, 형과 함께 이 위스키를 마신다. 그러나 워낙 귀한 술이라 잔에 조금씩만 따랐다. 그의 아버지 지미는 “귀하고 오래된 버번 위스키를 아껴둬선 안 돼. 친구나 가족과 함께 지금 바로 즐겨야 한다”고 타이른다. 그리고 세 시간 동안 패피 반 윙클 한 병을 깨끗하게 비웠다. 미국에서 열심히 버번을 탐구하고 돌아온 저자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즐겁게 술을 마시자’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눌 이야기는 즐거운 술자리의 풍성한 안주가 될 것이다.
 
작년 12월, 어느 bar에서 맛본 패피 반 윙클 버번 위스키. [사진 김대영]

작년 12월, 어느 bar에서 맛본 패피 반 윙클 버번 위스키. [사진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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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필진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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