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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생계금 25억 탄 공무원 3900명…대구시 "징계 어려워"

중앙일보 2020.06.09 10:47
대구시청사. [중앙포토]

대구시청사. [중앙포토]

대구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공무원 등 3900여명에 대한 징계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가 법적으로 자금 환수만 가능할 뿐 징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다. 시민단체는 "공직자의 품위 유지 문제가 있는 만큼 경중을 따져 적절한 징계는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부당 수령 환수 뿐 아니라 징계 해야"
대구시, "초과근무수당 등과 돈의 성격 다르고
지원당시 대상자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환수 동의"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공사 직원 등 3900여명은 지난 4월 대구시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편성한 긴급생계자금 중 25억원 정도를 부당 수령해 환수 조치가 진행 중이다. 긴급생계자금은 지난 4월 초 신청을 받아, 같은 달 중순 지급했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100% 이하 대구의 44만여 가구. 가구원 수에 따라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90만원까지 지원했다. 
 
공무원 등 정규직 공직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수령 대상이 아닌 공무원 등이 긴급생계자금 대상자라며 자금을 신청해 받아간 것이다.  
 
이들의 지원금 수령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는 환수조치와 함께 징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징계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경우는 공무원법상 '부당수령'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법률가에게 자문한 결과, 긴급생계자금 자체가 초과근무 수당 같은 돈이 아니라 시민들 공통을 대상으로 한 돈이어서, 공무원만 징계 대상으로 처벌하지 못한다고해서, 징계를 하기 일단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계자금 신청 단계에서도 개인정보 문제로 공무원 등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당시에 수령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환수라는 동의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타 기관 공직자에 대한 기관 통보 문제는 법률적 자문을 받은 뒤에 검토할 방침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공직자의 긴급생계자금 수령 문제는 도의적으로 말도 안 되는 행위다.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공직자 품위 유지의 문제를 따져서라도 경중에 맞춰 징계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공무원 등에게 25억 원을 부정 지급했으나 이럴 줄을 몰랐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대구시 긴급생계자금 주무부서인 ‘혁신성장국’은 이제부터 ‘불통역주행국’이라 불러야 할 판이다. 긴급생계자금의 혼란과 혼선을 야기하며 행정불통과 불신을 심화시킨 대구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돈을 환수하려면 또 행정낭비는 불을 보듯 뻔한데, 부정수급한 이들에 대한 경위파악과 징계는 없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행정낭비에도 아무런 재제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탁상행정, 과오를 덮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긴급생계자금 지원과 관련한 인터넷 뉴스 댓글에는 공무원 등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같은 비판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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