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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떼돈 번 회사, 마스크로 쫄딱 망해가는 사연

중앙일보 2020.06.09 10:12

보름

마스크로 하늘 높이 승승장구하다 땅으로 고꾸라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코로나19로 부르는 게 값이었던 마스크,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1회용 마스크 [출처 펑파이신문]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1회용 마스크 [출처 펑파이신문]

 
중국의 왕(王)선생. 무역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폭발해 무역 주문은 씨가 말라있었다. 스트레스가 컸다. 그런데 그 당시 주변에서 들린 소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스크 팔아 수백위안을 벌었다'는 얘기였다. 기존에 무역업을 하고 있었던 터라, 투자만 잘하면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4월 중순,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다. 위챗을 통해 1회용 마스크 생산 기계를 중고로 4대를 구입했다. 테스트를 마치고 바로 생산을 시작했다. 줄곧 무역을 해왔기에 품질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기계를 들인지 5일 만에 중국에서 SGS 승인과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구나!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인증을 받자마자 이탈리아로부터 1회용 마스크 110만장 주문이 들어왔다. 당시 95% 효율 부직포가 1톤당 50만 위안(약 8600만원) 정도 했다. 마스크 원가는 1개당 9마오(약 150원)로 개당 1.3~1.4위안(약 200원대)에 팔 수 있었다. 꽤 괜찮은 마진이었다. 요청이 급하다보니 전력을 다해 생산했고, 이틀만에 20~30만 위안(약 3000~5000만원)을 벌었다.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 시기였다.
 
중고 기계다보니 잔고장이 자주 났다. 왕선생은 마스크 판매로 모은 돈으로 기계도 업그레이드 했다. N95 마스크 생산 기계를 200만 위안(약 3억 4000만원)을 들여 구매했고, 40만 위안(약 6800만원)을 들여 무균 작업장으로 개조도 했다. 총 300만 위안(약 5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주문은 물밀듯이 들어왔다. 마스크 생산 기계는 쳐다보기만 해도 듬직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40만위안을 들여 개조한 무균 작업장 [출처 펑파이신문]

40만위안을 들여 개조한 무균 작업장 [출처 펑파이신문]

 
이때만해도 동업자와 왕선생은 장밋빛 미래에 대해 운운하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들에게 닥칠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불과 보름만에 마스크 시세가 확 꺾인 것이었다. 
 

정말 잘 나갈 줄 알았다. 

 
중국 CCTV보도에 따르면 3,4월 중국에서 수출한 마스크는 278억장, 지난해 전세계 마스크 총 생산량의 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4월 24일 하루에만 10억 6000만장을 수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말부터 상황이 변했다. 중국 마스크 시장이 빠르게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공급은 수요보다 많고, 더 이상 대량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중국 내 전염병이 진정되다보니 기업도, 개인도 마스크 재고가 남아 있었다. 이러다보니 마스크 마진도 뚝 떨어졌다. 동업자와 투자한 300만 위안을 눈앞에서 날리게 생긴 꼴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위챗의 지인들에게 판매하고자 했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었다. 부자의 꿈은 보름만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마스크 생산중인 중국 직원들 [출처 펑파이신문]

마스크 생산중인 중국 직원들 [출처 펑파이신문]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중국 마스크 관련 신규 등록 업체는 707,80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55.84% 증가했다. 4월만 해도 신규 등록 건수는 35,260곳으로 3월 대비 97.24% 늘었다가, 5월 들어 차츰 줄어들기 시작해 신규 등록 업체는 10,283곳으로 4월 대비 70.84% 감소했다.
 
중국 업계 종사자들은 현재 마스크 생산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90%가 원금회수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얘기한다. 마스크 기계값도 떨어졌다. 200~300만 위안을 하던 기계는 현재 20~30만 위안. 10분의 1가격으로 폭락했다. 
 
마스크 핵심 소재인 부직포도 점차 이전 가격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1톤 당 40~50만 위안에서 1만 위안으로 떨어졌고, 95% 효율 부직포는 최고 60~70만 위안에서 25만 위안으로, 99% 효율 부직포는 70만 위안에서 30만 위안으로 떨어졌다. 
 
전염병 초기에는 부직포도 귀해서 주문이 들어올때면 구하는데도 전전긍긍이었는데 가격이 조정되고 나자 팔아봤자 본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애달픈 건 주문조차 없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가만있을 수는 없어 왕선생은 온라인샵으로 문을 열어 보려고 계획중이다. 중국 내 마스크 시장은 포화됐지만 아직 경공업이 발달하지 못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수요가 있어, 그쪽으로 포커스를 두고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달려들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한 때 돈을 찍는 기계라고 불렸던 마스크 기계의 투자자들은 이제는 고철 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무기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했다.
 

마스크 생산업자들의 미소는 봤지만, 눈물은 본 적 있는가

 
차이나랩 이은령
출처 펑파이신문

[출처 네이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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