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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조 퍼부은 中반도체 자립 꿈, 가능? 불가능?

중앙일보 2020.06.09 10:12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TSMC 사이를 흔들어 놓으며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 Insight가 처음으로 '2020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Fabless)' 명단'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 세운 중국
반도체 설계 분야 주목할 만한 기업 현황

반도체 설계 부문은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매출 비중도 가장 높고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중국 당국이 170조 원을 투자하며 추진해온 '반도체 자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최신 중국 반도체 업계 현황 및 주목할 만한 중국 반도체 기업을 정리해봤다.
[사진 이매진차이나]

[사진 이매진차이나]

 
**반도체 기업을 크게 분류하면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기업, 각각 검사와 조립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테스트 및 패키징 기업 등으로 나뉜다. (전 과정을 모두 처리하는 경우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 부른다.) 이 가운데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제조를 맡는 파운드리가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꼽힌다.
CB Insight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명단’ [사진 CB Insight]

CB Insight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명단’ [사진 CB Insight]

중국 반도체 산업 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반도체 설계 업계 매출이 처음으로 3000억 위안(약 51조 56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반도체 산업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40.5%)을 차지했으며, 연간 성장률도 3년 연속 가장 높았다. 2019년 11월 말 기준, 중국에는 1780개 설계 기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8% 증가한 수치다.
중국 반도체 산업 매출액 사진 [CB Insight]

중국 반도체 산업 매출액 사진 [CB Insight]

4월 29일, 시장 조사 기관 CBInsights와 Deeptech가 처음으로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10개 세부 유형으로 분류했으며, 화웨이 하이실리콘(海思) 알리바바 핑터우거(平头哥) 한우지(寒武纪)를 비롯해 65개 반도체 설계 기업이 명단에 올랐다.
 
이번 명단은 시장 잠재력, 기술 희소성, 외부 평가, 다른 업체와의 협력 등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DeepTech와 CB Insights는 65개 기업을 다시 10가지 유형(모바일, 통신, 메모리, 클라우드 등)별로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판도를 나타낸 것이 아래 그림이며, 이 가운데 주요 기업만 뽑아 특장점을 정리해봤다. 전체 명단은 아래 사진 참조.
중국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 판도 [사진 CB Insight]

중국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 판도 [사진 CB Insight]

하이실리콘(海思 HiSilicon)

 
'중국산 반도체 설계 개척자'라는 이유로 '모바일 칩' 부문에 선정됐다. 화웨이 산하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 내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 및 통신 반도체를 설계하는 중국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다. 특히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기린(麒麟) 칩셋을 설계한 회사로 유명하다.
 
얼마 전 하이실리콘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발표한 올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상위 10개 기업 명단에서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1분기 매출액(26억달러)이 전년 동기보다 54% 급증했다. 하이실리콘의 매출액 가운데 90% 이상은 화웨이로부터 나온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유니SOC(紫光展锐 UNISOC)

 
중국 칭화유니그룹(紫光集团)의 자회사로서, 전세계에서 5G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5개 기업 중 하나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명문대 칭화대에서 설립한 산학연계 기업이며, 지난 2013년 이후 반도체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다. 유니SOC 외에도 산하에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주요 반도체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우지(寒武纪 Cambricon)

 
한우지는 AI 칩셋으로 유명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이다. 이번 명단에 선정된 이유 역시 AI칩셋 덕분이다.
 
전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인공지능 칩셋 설계 회사 중 하나이며, 중국 내 7nm(나노미터) 공정 기반 칩셋 설계 경험을 가진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우지는 최근 3년 간 연구 개발에 8억 1300만 위안(약 1394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shenbian114.com]

[사진 shenbian114.com]

핑터우거(平头哥(T-Head)

 
알리바바 산하 반도체 업체로서, 알리바바 첨단기술연구기관 다모위안(达摩院 달마원)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지난해(2019년) 9월,‘2019 항저우 압사라 컨퍼런스’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사용하는 AI칩 한광 800을 발표했다.
中반도체 설계 기업 65곳 명단 [CB Insight]

中반도체 설계 기업 65곳 명단 [CB Insight]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목표, 실현 가능한 꿈일까?

 
중국 정부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대대적인 반도체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4월, 시진핑 주석은 우한 소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长江存储技术 YMTC)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반도체 자립’을 위해 총력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이후 2년 사이, 중국 반도체 기술은 급속한 성장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주석이 찾았던 YMTC는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128단 3D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개발 및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지난 4월 자사 홈페이지에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낸드플래시만 놓고 보면 한중 간 기술격차가 약 1-2년 정도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长鑫存储技术 CXMT)가 연내 17나노 공정 기반의 D램 양산을 선언, 일각에서는 삼성과 CXMT의 기술 격차가 2년 이내로 좁혀졌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실제 양산이 이뤄질 지 여부와 향후 제품이 나와봐야 확실한 비교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산하더라도 수율 문제가 없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사진 신화왕]

[사진 신화왕]

중국 당국이 내세운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는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5월 23일 시장조사기관 IC Insights에 따르면, 지난해(2019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7%를 기록해 2014년 대비 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는 2024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7%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 산업은 인재집약형 산업으로서, 경험 있는 인재 확보 여부가 기술 우위를 결정한다. CB Insingt는 반도체 설계를 포함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아직 미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으며, 지금의 격차는 향후 5-10년 간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떠들썩했던 대만의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화웨이는 자국 파운드리 업체 SMIC(中芯国际 00981.HK)로 눈을 돌렸고, 중국 정부는 4-7조 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SMIC에 투자하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이루어진 5월 이후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SMIC(中芯?? 00981.HK) 주가 추이 [사진 라오후증권]

SMIC(中芯?? 00981.HK) 주가 추이 [사진 라오후증권]

중국의 '반도체 자립 꿈'은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 업체를 자국 기업으로 대체하더라도 미국의 반도체 장비 없이는 완전한 자립이 힘들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그러나 추격자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력 빼가기 등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그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분야(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설계 부문은 오히려 중국이 앞서 나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강력한 제재는 중국 당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더욱 담금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반도체 전쟁, 그리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판도 변화를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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