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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퍼줬는데 떠나려해”…지역대학 정원 감축에 속타는 영동군

중앙일보 2020.06.09 07:00

인구 5만 무너진 영동군 “대학이 인구 유지 버팀목” 

충북 영동군이 유원대의 내년도 신입생 정원 감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영동군]

충북 영동군이 유원대의 내년도 신입생 정원 감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영동군]

 
충북 영동군은 인구가 4만7000명에 불과한 농업 군(郡)이다. 셋째아 이상 자녀에 51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300만원의 결혼 비용을 지급한다. 다양한 인구증가 정책에도 이 지역 인구는 2018년 인구 5만명 선이 무너졌다. 김지영 영동군 인구정책팀장은 “인구 유지에 버팀목이었던 지역 대학마저 영동을 떠나려 한다. 신입생이 줄면 감소 폭이 훨씬 커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충북 영동 유원대, 본교 정원 140명 감축 계획
아산캠퍼스에 정원 140명 늘려 2개 학과 신설
영동군 “재정 지원 받아놓고 상생 어겼다”
주민 2만3774명 반대…서명지 교육부 전달


 
 충북 영동에 있는 유원대학교가 내년 영동본교 신입생 정원을 23%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내자 영동 군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유원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영동본교의 내년 신입생 정원을 140명 줄이는 대신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아산 캠퍼스 정원을 140명 늘릴 계획이다. 유원대는 “영동본교에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영동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유원대가 상생을 무시한 채 정원을 줄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원대는 내년 입학 정원을 영동 본교 460명(14학과), 아산 분교 415명(10학과)으로 개편하는 조정안을 지난달 1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냈다. 올해 입학 정원은 영동 600명(13학과), 아산 275명(8과)이었다. 구조조정안에는 올해 180명을 모집했던 영동본교 경찰소방행정학과를 내년 30명으로 대폭 축소하고, 아산 캠퍼스에 공공인재행정학과(90명)·문화복지융합학과(30명) 등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원대 “영동에서 신입생 모집 어려워” 호소

충북 영동군 주민들이 유원대 신입생 정원 감축에 항의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영동군]

충북 영동군 주민들이 유원대 신입생 정원 감축에 항의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영동군]

 
 오상영 유원대 비상대책위원장(경영학과 교수)은 “영동이 워낙 외진 시골이라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많다”며 “올해 신입생도 추가 모집을 통해 겨우 채웠다. 아산의 경우 수도권과 가깝고 주변에 기업체가 많아 학생 모집이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원대 영동본교는 올해 정원 602명에 563명만 등록을 마쳤다. 아산 캠퍼스의 경우 276명 모집에 273명이 등록해 미달 인원이 3명에 불과하다.

 
 유원대 재학생 수는 2500여 명으로 영동군 인구의 큰 비율을 차지한다. 영동군 관계자는 “군청 직원들이 매년 학교를 찾아가 전입 신고를 받았다. 신입생 70~80% 정도는 영동군에 주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유원대 주변에는 원룸 800여 세대가 있다. 학생들로 인해 임대사업자가 돈을 벌고, 읍내에 있는 음식점이나 술집도 덕을 보고 있다.

 
 영동군은 유원대를 인구 유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자로 보고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해왔다. 군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장학금(2억6400만원), 공무원 합격자 장학생 선발(1100만원), 향토장학금(8400만원), 통학 버스 운행비 지원(15억원), 기숙사 건립(10억원) 등 33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이 기간 군·대학 연계사업인 영동체력인증센터 운영(4억7000만원),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3억9000만원) 등 13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군 관계자는 “정부 공모사업을 포함하면 2005년부터 대학에 투입된 예산이 225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내년 대학평가에 신입생 충원율 확대

영동군 유원대 정원 감축 반대대책위는 지난 1일 2만3774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사진 영동군]

영동군 유원대 정원 감축 반대대책위는 지난 1일 2만3774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사진 영동군]

 
 김경용 유원대 정원 감축 반대대책위원장은 “유원대의 일방적인 본교 정원 축소는 그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영동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영동 본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안 하고, 정원을 빼가는 식의 구조조정을 감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본교 정원을 줄여 아산 캠퍼스 정원을 늘리려는 유원대의 구조조정을 두고 대학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는 내년 시행될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점수를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높이기로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통학이 가능한 천안·아산이 영동보다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는 데 유리할 것”이라며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될 경우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교·캠퍼스 간 정원을 조정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캠퍼스의 교원 확보 비율과 교육시설, 예산확보 등 기본 요건을 갖추면 정원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동군의회는 8일 유원대 본교 정원 감축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전달했다. 앞서 박세복 영동군수와 영동 비대위는 지난 1일 유원대 구조조정의 부당함을 지적한 서한문과 2만3774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전달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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