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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표 요구하자 "나 기장인데…가만 안둬" KTX 기장 난동

중앙일보 2020.06.09 06:39
경부선 KTX. 중앙포토

경부선 KTX. 중앙포토

KTX 열차에 승차표 없이 탔다가 승무원이 검표를 요구하자 난동을 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KTX 기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0·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6일 오후 9시 55분쯤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향하는 KTX 열차에 승차권을 소지하지 않고 탑승했다. 자신의 부인을 포함해 지인들과 함께였다.  
 
승무원은 A씨를 표가 없는 승객으로 인식하고 인근 정차역에 인계하기 위해 통화하려고 하자 A씨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승무원에게 검표를 당하자 승무원을 폭행·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실제로 A씨는 KTX 기장이었다. 자신의 지인들이 검표를 당하고 부가 운임을 지불하게 되는 것에 화가 나 "나는 기장이고 출퇴근 중이다. 두고 보자"라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협박 행위를 하지 않았고, 부가 운임 부임에 대한 단순 항의 또는 악담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열차와 열차 사이의 좁은 통로에서 단둘이 있는 장소에서 발생했다"며 "법정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해 승무원으로서는 상당히 두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개별 행위에 대해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KTX 기장이고, 피해자는 지사 소속 승무원"이라며 "기장은 코레일 소속 팀장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팀장은 다시 승무원에게 지시하는 관계에 있어 간접적으로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 승무원 역시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을 가하거나 해코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KTX 기장인 A씨가 지위를 이용해 피해 승무원을 협박하고 직무 집행을 방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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