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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줄면 독감 늘어"…통계는 말한다, 가을 '코로나 창궐'

중앙일보 2020.06.09 06:00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동북아시아와 미국·유럽 등 북반구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닥치면 코로나19가 다시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전문가들은 가을이 오면 코로나19가 더 심해질 것인지 답을 찾기 위해 온도·습도·바람 같은 기상 요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등에 소속된 네덜란드 연구팀은 7일(현지 시각)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반구에 가을이 찾아오면 꽃가루 농도가 줄어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8월 중순에 다시 확산"

꽃가루 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꽃가루 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자료: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연구팀. 꽃가루 숫자(녹색선)가 높을 때에는 독감 진료 건수(검은선)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연구팀. 꽃가루 숫자(녹색선)가 높을 때에는 독감 진료 건수(검은선)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구팀은 2016~2020년 네덜란드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상황과 주(週) 단위의 꽃가루 농도 변화를 비교한 결과, 둘 사이에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반비례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체 꽃가루 개수가 ㎥당 610개를 초과하고, 이 가운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 개수가 120개를 넘어서고, 태양 복사 에너지가 ㎠당 510 주울(J)을 넘어서면 독감의 발생률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꽃가루 개수가 임계치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은 독감 유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며 "코로나19 역시 독감처럼 표준적인 꽃가루-독감 계절 패턴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지난봄에 나타난 코로나19 상황에 비춰 8월 중순 이후 꽃가루가 줄어들면서 네덜란드에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연구팀. 독감 진료 횟수와 꽃가루에 의한 건초열 검진 횟수가 반비례하고 있다.

자료: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연구팀. 독감 진료 횟수와 꽃가루에 의한 건초열 검진 횟수가 반비례하고 있다.

연구팀은 꽃가루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들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꽃가루가 바이러스 숙주를 먼저 차지하는 바람에 독감이나 코로나19 등의 감염이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이 약 52%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알레르기가 독감과 유사한 전염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국내 꽃가루 계절별 농도와 알레르기 진료 횟수. 중앙포토

국내 꽃가루 계절별 농도와 알레르기 진료 횟수. 중앙포토

또,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꽃가루의 경우는 인체 면역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고, 아울러 꽃가루 자체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특성도 가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열대지역의 경우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아지면 꽃가루가 줄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반구 중위도 늦가을부터 위험"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이탈리아 전국이 봉쇄된 가운데 로마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이탈리아 전국이 봉쇄된 가운데 로마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MIT 랠프 파슨스 실험실 소속 연구진도 7일 발표한 논문에서 기온·습도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늦가을부터 북반구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IT 연구팀은 사람이 배출하는 비말(침방울)이 마르면서 표면적이 얼마나 빨리 줄어드느냐를 나타내는 '공기 건조 능력(air dry capacity, ADC)'이라는 지표를 제시했다.
 
온도와 상대습도를 바탕으로 계산되는 ADC 값은 1시간에 몇 제곱밀리미터(㎟)가 줄어드느냐 하는 수치로 표현된다.
자료: 미국 MIT. 공기 건조 능력(ADC) 수치는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을 때 커지고, 온도가 낮을 때 작아진다.

자료: 미국 MIT. 공기 건조 능력(ADC) 수치는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을 때 커지고, 온도가 낮을 때 작아진다.

ADC 값은 0~15㎟ 범위로 나타나는데,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을수록 값이 커지고,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으면 값이 작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ADC 값이 5㎟보다 작아지면 독감 바이러스 전파가 잘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습도와 무관하게 ADC 값은 5 이하로 나타나 바이러스 전파가 잘 되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온도나 습도 한 가지만을 따진 기존 연구들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는 온도와 습도가 낮으면 바이러스 전파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제 질병이 확산하는 데는 방역 노력이나 건강 예산 지출 등 사회 경제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기후상으로 ADC가 낮은 국가는 질병 유병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유럽과 미국 동부의 경우 ADC가 매우 낮았다"고 밝혔다.
자료: 미국 MIT. 공기 건조 능력(ADC)값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데, 북반귀 중위도 지방의 경우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ADC값이 낮아져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미국 MIT. 공기 건조 능력(ADC)값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데, 북반귀 중위도 지방의 경우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ADC값이 낮아져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여 북반구 중위도 국가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가장 위험하다"며 "이 경우 2020년 후반에 두 번째 파도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료: 미국 MIT. 올해 2~4월 사이 공기 건조 능력(ADC)과 108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를 나타낸 것이다. ADC값이 큰 나라일수록 확진자가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에서 붉은색은 북아메리카, 녹색은 남아메리카, 옅은 청색은 유럽, 노란색은 아시아, 짙은 청색은 아프리카, 검은색은 오세아니아를 나타낸 것이다.

자료: 미국 MIT. 올해 2~4월 사이 공기 건조 능력(ADC)과 108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를 나타낸 것이다. ADC값이 큰 나라일수록 확진자가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에서 붉은색은 북아메리카, 녹색은 남아메리카, 옅은 청색은 유럽, 노란색은 아시아, 짙은 청색은 아프리카, 검은색은 오세아니아를 나타낸 것이다.

연구팀은 "실외 온도·습도를 기준으로 ADC를 계산했는데, 실내 환경의 ADC 값은 냉·난방으로 인해 크게 다를 수 있다"며 "에어컨을 가동하는 경우 여름철에도 ADC가 낮아져 실내에서는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g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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