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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최후 구명보트” 응시 최대···코로나에 반수생 늘었나

중앙일보 2020.06.09 06:00
2017년 서울 메가로스쿨 신촌캠퍼스에서 추리논증 기본이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메가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는 로스쿨 수험생 전문학원이다. [중앙포토]

2017년 서울 메가로스쿨 신촌캠퍼스에서 추리논증 기본이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메가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는 로스쿨 수험생 전문학원이다. [중앙포토]

2000명 정원에 1만2244명 응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해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지원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취업난과 반수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21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는 1만 2244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1083명(9.7%)이 늘었다. 2000여명인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의 입학정원 6배를 넘어섰다. 리트 응시자 일부가 원서 접수를 포기한다고 해도 로스쿨 입학 경쟁률이 5대1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대면수업 없다보니 소속감 없어…SKY 도전"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전국 로스쿨은 2020년 1학기 대면수업을 대부분 취소했다. 학기 시작부터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하고 학교 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지금의 로스쿨 1학년생들 중에서 반수를 준비하는 인원이 늘었다고 한다. 학교 소속감이 생기지 않고, 온라인강의로 공부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뉴스1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뉴스1

서울소재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인 A씨(24)는 “올해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1년은 어차피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같이 입학한 친구들과도 친해질 기회가 없다 보니 마음 편히 리트에 재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로스쿨이 서열화되다 보니 이른바 ‘SKY’ 로스쿨을 가야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게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공채 줄자 로스쿨로 눈길

코로나 19로 인해 기업 공채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점도 리트 응시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대학생 김현우(26)씨는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인턴 활동을 하는 등 대학을 다니는 내내 기업 공채를 준비해왔는데 코로나 19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인원을 줄이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경기 불황으로 하반기에도 ‘취업 문’이 좁아질 게 뻔해 로스쿨에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조모(23)씨는 “친구들끼리 문과의 마지막 구명보트는 로스쿨이라고 얘기를 한다”며 “특히 상경계열이 아닌 인문계열 전공자는 취업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고 했다. 조씨의 학교 동기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올해 리트에 응시했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학에서 대면수업을 하지 않는 올해가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소재 대학교 4학년 염다빈(26)씨는 “행정고시를 보기 위해 공부하다가 올해 초 포기했다”며 “평소였다면 학교를 갔어야 하는 시간에 리트 스터디를 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했다. 염씨는 취업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기업이 코로나 19로 인해 상반기 공개채용을 취소하면서 리트에 응시하기로 결정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리트에 지원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회사에는 알리지 않고 틈틈이 공부해 시험을 본 두 리트 성적이 잘 나오면 로스쿨 진학을 할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28)씨는 “법조인이 된다고 해도 연봉이 지금보다 줄어들 수도 있지만 회사 생활에서 자아실현을 하기 어려워 도전했다”며 “서울시내 로스쿨에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오면 퇴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 2월 18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옆에서 열린 ‘어게인 218, 로스쿨개혁이 사법개혁이다’ 궐기대회에서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 2월 18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옆에서 열린 ‘어게인 218, 로스쿨개혁이 사법개혁이다’ 궐기대회에서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학 서열화 지적도

일각에서는 로스쿨 진학이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신 학교가 학생 선발에 반영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2020학년도 SKY 로스쿨 신입생 403명 중 SKY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344명으로 전체의 85.4%에 달했다.  
 
이에 대해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로스쿨은 입시에서 응시자의 출신 학교와 이름까지 가리고 정량적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며 “상위권 대학 출신자의 리트 점수가 높게 나오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리트 지원자가 늘어난 건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이 취업이 어려워지고, 로스쿨 제도가 안정화되는 복합적 요인의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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