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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3시 여중생에 음란물 보낸 '그놈'...같은 학교 친구였다

중앙일보 2020.06.09 05:00
성폭력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성폭력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여중생 2명이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통해 다가온 익명의 남성에게 '음란물 공격'을 당했다. 경찰이 용의자를 잡고 보니 피해 학생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또래 남학생이었다. 가해 학생은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보름간 출석 정지 등의 조치만 해 '강제 전학'을 요구한 피해 학생 부모들은 "솜방망이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피해 학생 부모, 청와대 국민청원 올려
"가해 학생과 한 학교 다녀" 전학 촉구
검찰,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기소

교육지원청 학폭위, 15일 출석정지 등
피해자 부모 "솜방망이 처벌" 반발
교육청 "충분히 심의"…학교 "절차대로"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전주 모 중학교 2학년 A양(13)은 지난 1월 16일 오전 3시쯤 익명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휴대전화 앱을 통해 상대로부터 "성관계하고 싶다"는 취지의 메시지와 음란 사진 등을 받아 충격에 빠졌다. 채팅 상대는 A양의 실명을 거론하며 특정 신체 부위를 비하하고, 성관계 사진을 여러 장 보냈다.  
 
 A양은 곧바로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지난 1월 중순 전주 완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A양에게 수차례에 걸쳐 음란물을 보내며 조롱한 이는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다니는 B군(13)으로 밝혀졌다. B군은 비슷한 시기 같은 학교 또 다른 여학생에게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4월 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통신매체 이용 음란)로 B군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전주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가해자가 14세 미만 촉법 소년임을 감안해 B군을 지난달 전주지법 소년부에 넘겼다. 
 
 A양의 부모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리 아이가 성범죄 가해 학생과 같은 학교를 다닙니다. 우리 아이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12일 전주교육지원청에서 B군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렸는데,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안 돼 부당하다는 취지다. 
 
 A양의 부모는 해당 글에서 "교육지원청 학폭위에서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면 보복과 협박이 두려우니 가해 학생을 같은 학교에서 보지 않게 해달라'고 몇 차례 반복해 호소했지만, 위원회는 '가해 학생의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별 교육 12시간과 출석 정지 15일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며 반발했다.  
 
전북 전주의 학 중학교 여학생 부모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우리 아이가 성범죄 가해 학생과 같은 학교를 다닙니다. 우리 아이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전북 전주의 학 중학교 여학생 부모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우리 아이가 성범죄 가해 학생과 같은 학교를 다닙니다. 우리 아이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들은 당시 학폭위 회의록을 근거로 "심의 과정 중에 위원장은 경찰서에서 조사한 증거 자료를 보고 이런 학생(B군)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애초) 피해자·가해자·학교 선생님의 변론을 듣고 위원장과 위원들의 총 평가 점수가 16점(으로) 전학 조치가 나왔는데 한 위원이 다른 위원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특별 교육과 선도 조치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출석 정지는 거의 끝나고 학교 출석 정지는 고작 2~3일"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A양과 B군 등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지난 3일부터 등교 개학이 이뤄졌다.  
 
 A양의 부모는 "저희 아이가 길을 가다 우연히 가해 학생과 마주쳐 울먹이는 목소리로 제게 전화를 걸어와 가해 학생을 피해버렸다"며 "피해자인 우리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가해자를 피해 다니고, 수차례 (경찰) 조사를 받으며 심한 정신적 고통과 수치심을 느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항상 긍정적이고 해맑은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란 상상도 못했는데 막상 이런 일이 벌어지니 어른인 저도 피가 거꾸로 솟고 하루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 n번방 사건이 터졌다. n번방을 만든 사람들 중에서 미성년자도 얼굴이 공개되고 구속까지 됐다. 거기에 비하면 가해 학생에게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져 너무나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과 법무부 장관님께서 인터넷 성범죄자들은 엄중 처벌한다고 하셨는데 솜방망이 처벌을 한 교육지원청의 위원장과 위원님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양 부모는 "무릎 꿇고 빌어야 할 가해자 쪽에서는 결과가 억울하다며 뻔뻔하게 재심을 신청한다고 한다"며 "피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해 학생을 보면 학교 생활이 가능하겠나. 악몽이 다시 떠올라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것"이라며 재차 B군이 전학 갈 것을 촉구했다. 8일 오후 6시 현재 해당 청원에는 1700여 명이 동의를 눌렀다. A양 측은 학폭위 결과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 부모의 반발에 교육청과 학교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부모 입장에서는 (학폭위 결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심의 결정 기구인 심의위원회에서 충분히 심의해 조치가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위 결과가 불만족스러우면 도교육청에 재심을 요구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며 "교육지원청에서는 피해 학생들에 대해 심리 상담을 하고 있고, 갈등이 있으면 학교에 나가 조정하거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인권 담당 교사가 피해 학생을 상담한 후 신속히 경찰에 신고할 것을 조언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결과에서 벗어나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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